[최병천의 21세기 진보] 민주당의 ‘감나무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4·10 총선을 앞두고 서서히 진용이 짜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필자는 작년 8월25일 이 지면을 통해 한동훈 선거대책위원장 혹은 비대위원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한동훈이 ‘총선 선대위원장’을 할 경우”). 보수층에서 높은 지지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 탈냉전 스마트 우파 이미지, 1973년생 등이 예측의 논거였다. 당시에는 엉뚱한 전망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았다. 그러나 결국 예측이 적중했다.
선거는 ‘상대평가’이자 동시에 ‘51% 게임’의 성격을 갖는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되, 중도층을 흡수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핵심은 중도확장이다. 중도확장의 관점에서, 12월26일 공식 업무를 개시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행보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정치에서 중도확장의 개념적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정치에서 약점보완=혁신=중도확장은 동의어다. 국민의힘 약점은 김건희 특검법,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이념편향적인 국정운영 등이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즉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약점의 ‘몸통’에 해당한다.
한동훈 행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많은 사람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처음 등장할 때,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사례를 떠올렸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의 활약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한 것은 콘셉트를 ‘반MB’로 잡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이명박 정부와 당시 한나라당(현재 국민의힘)의 약점을 ①재벌-대기업-부자 정당 ②4대강사업 ③고령층에 갇힌 지지층 ④친이·친박 계파 싸움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김종인, 4대강사업을 반대하던 이상돈 교수, 27세 청년 이준석을 비대위로 영입했다.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당색도 빨간색으로 바꿨다. 빨간색이 ‘빨갱이’를 상징했기에 과감한 변화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정강정책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진보 정책’을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경제민주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정규직 전환 노력’ 등을 정강정책에 추가했다. 당명, 당색, 정강정책 개정이 통과된 이후 당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반등했고, 결국 새누리당 152석, 민주당 127석으로 25석 격차로 압승했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처럼 파격적인 중도확장을 할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임기 5년차였고, 레임덕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아직 ‘임기 초반’이다. 둘째,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과 각을 세우던’ 차기 대선 후보였다. 박근혜의 존재 그 자체가 반MB였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의 남자’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윤석열 아바타’로 규정했다. 일부에서는 ‘한동훈 나오면 땡큐’(한나땡)를 외쳤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민주당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일까?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의도하는 것은 ‘프레임 전환’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 구도를 ‘이재명 vs 한동훈’의 대결 구도로 바꾸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1월 2주차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의하면, 이재명 23%, 한동훈 22%가 나왔다. 중도층에서도 대동소이하다. 이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대외 노출이 줄었다. 선심성 정책발표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 이후 중도층의 변화는 유보적이다. 반면, 보수 결집만으로도 여론의 변화는 뚜렷하다. 여론조사는 크게 전화면접과 ARS(자동응답시스템)로 구분된다. 전화면접 조사는 ‘사람’이 직접 물어보고, ARS는 ‘기계음’을 통해 물어본다. ARS 조사는 고(高)관여층이 과잉대표되고, 전화면접 조사는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포착되는 특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화면접의 경우 민주당이 대부분 뒤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반면, ARS 조사에서는 10%포인트 내외로 민주당이 앞서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ARS 조사에서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아지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 전후를 보여주는 미디어토마토의 ARS 조사가 흥미롭다. 12월 4주차에서 민주당 43.9%, 국민의힘 34.3%였다. 격차는 9.6%포인트였다. 1월 3주차에서는 민주당 42.2%, 국민의힘 36.3%였다. 격차는 5.9%포인트다. 3.7%포인트 격차가 줄면서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압승론에 ‘감나무 전략’ 안주한 민주
민주당은 현재 ‘초대박 압승론’에 취해 있다. 2016년 총선 승리 이후 최근 10여년간 압승에 아직도 취해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17%포인트 격차 승리도 독(毒)이 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하고, ‘원칙과상식’ 3인방의 탈당에도 둔감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역대 보수가 배출한 최약체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와 티격태격 갈등했고, 중도확장 역시 매우 미미했다. ‘1일 1망언’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0.7%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1987년 이후 9번의 총선과 8번의 대선이 있었다. 역대 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은 3대 요인을 뽑아보면, ①분열 ②반사이익 ③혁신을 통한 중도확장이다. 두 정당 모두 분열은 이미 이뤄졌다. 반사이익은 이쪽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결정한다. 이쪽이 할 수 있는 것은 ‘혁신을 통한 중도확장’밖에 없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반사이익에 의존하는 감나무 전략과 혁신을 통한 중도확장 전략이다. 현재 민주당은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감나무 전략을 채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감나무 전략의 최대 문제점은 전적으로 ‘상대방의 실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혁신을 통한 중도확장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약점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보완하는 액션플랜을 만들어서, 실제로 관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0.7%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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