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경율·이수정·하태경···‘디올백 수수’ “김건희 사과해야”
윤재옥, 의원총회서 “의혹 본질은 정치 공작”
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중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당에선 “그 사건의 본질은 정치공작”이라고 대응하고 있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악화된 국민 여론을 감안해 김 여사가 자신의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도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나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에 나와 “김 여사가 디올백(명품 가방 수수) 같은 경우 함정이긴 했지만 ‘부적절했다’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김 여사) 특검을 받아들일 수는 없더라도 영부인이 대선 당시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게 있다”며 “‘그런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 특히 ‘국내 공식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윤재옥 원내대표가 마무리 발언에서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본질은 정치 공작이라고 강조하자 “공작이고 함정인 것은 맞는데 거기서 그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공작이라고 아무거나 다 받으면 되나. 국민이 안좋게 보니 (김 여사가) 고개를 숙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수든 과오든 우리가 잘못해서 논란거리를 제공한 부분에 있어서는 마냥 듣고만 갈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그에 대해선 입장을 정리해서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께 납득할 만한 의사표명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온 이상민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총선 전략과 관계없이 국민한테 사과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입 인재로 경기 수원정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건희 여사가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고, 만약에 선물이 보존돼 있으면 준 사람에게 돌려주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렇게 하면 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저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연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사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국민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감성에 미치는 영향이 디올백이 저기(주가조작)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어 “사람에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있다. 김혜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정숙(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은 그러는데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도덕성을 보여주기 위해 비교하지 말자”며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가 작년에 7위인가 8위(실제 6위) 했는데 (더 하위인) 한화, 롯데랑 비교하면서 저기보단 잘했다고 이러지 말자”고 말했다.
김 여사 리스크가 총선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이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물밑에서 하던 얘기를 서서히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전날 김 비대위원이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한 후 대통령실에서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 원내대표가 자제를 당부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그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불법촬영 영상)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그렇지만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저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제 문제를 전향적으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답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여당 내에서도 대놓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걱정하는 판국인데 정부·여당은 언제까지 김건희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라고 우길 참이냐”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사과는 무슨? 법대로 처벌받아야지”라며 “김건희 특검도 수용하고, 압수수색 소환조사 받아야 한다”고 남겼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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