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했던' 퍼셀의 변주곡, '정공법' 캐스퍼 루드 3회전 진출 [24 AO]

박성진 2024. 1.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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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스트로크의 정공법, 캐스퍼 루드

[멜버른=박성진 기자] 캐스퍼 루드(노르웨이, 11위)가 홈코트의 맥스 퍼셀(호주, 45위)을 세트올슈퍼 타이브레이크 끝에 꺾고 겨우 3회전에 올랐다. 경기 중 전략을 바꾼 퍼셀의 공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결국은 파워 승부에서 앞섰다. 전위 대결을 압도하며 루드를 공략했던 퍼셀의 변주곡은 2% 부족하며 아쉽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루드는 18일,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 마가렛 코트 아레나에서 열린 퍼셀과의 남자단식 2회전에서 6-3 6-7(7) 6-3 3-6 7-6[10-7]으로 겨우 승리를 거뒀다. 3시간 40분이나 걸린 마라톤 매치에서 결국은 루드가 최후에 웃었다.

둘의 랭킹 차이처럼 1세트는 루드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런데 2세트부터 퍼셀이 보다 적극적으로 복식에서의 전위 선수처럼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베이스라인에서의 파워 싸움이 대세인 현대 테니스와는 다르게 퍼셀은 서브 이후 집요하게 네트 앞으로 돌진했다. 서브 앤 대시 전략을 적극 활용하며 루드를 당황시켰다. 하드코트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고, 움직임이 조금만 굼뜨면 빈 곳이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뚜렷하지만 복식에서도 워낙 성적이 좋은 퍼셀이 적극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호주의 국가대항전 대표팀에서도 복식 선수로 활약 중인 퍼셀의 복식 랭킹은 33위로 단식 랭킹보다 더 높다. 모든 남자 선수를 통틀어 단복식 랭킹이 50위 이내에 드는 유이한 선수다(안드레이 루블레프, 단식 5위/복식 46위).

퍼셀의 승부수는 통했다. 정공법 파워 싸움만으로는 승산이 적었다. 적극적으로 네트로 돌진하며 루드에게 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부여했다. 전위 움직임이 워낙 좋은 퍼셀이기 때문에 루드는 더 강하게, 더 정교하게 샷을 구사하다가 실수하기를 반복했다. 퍼셀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베이스라인에서의 한방으로 랠리를 끝냈다.

하지만 전위 플레이는 수많은 실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퍼셀이 승리한 2세트, 4세트는 전위 움직임을 가져가면서도 실수가 적었던 때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루드 또한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5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루드는 계속해서 정공법을 고수한 반면, 퍼셀은 집요하게 네트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결국은 정공법이 승리를 거뒀다. 세트올 슈퍼타이브레이크 초반에 격차가 벌어졌다. 퍼셀이 포핸드 언포스드에러, 더블폴트로 초반 2개의 서브권을 모두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루드 3-0 퍼셀). 이 차이는 결국 슈퍼타이브레이크 끝까지 이어지며 루드가 10-7의 승리를 거뒀다.

자국 선수인 퍼셀을 응원하기 위해 마가렛 코트 아레나 모인 수많은 호주 관중들은 퍼셀의 다이나믹한 플레이에 계속 열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날 탈락한 알렉세이 포피린, 조던 톰슨, 크리스토퍼 오코넬처럼 퍼셀도 2회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경기 전체 기록을 보면 퍼셀의 위너는 무려 93개로 나와 있다. 하지만 네트 플레이 득점을 모두 위너의 범주로 묶었기 때문에 93개의 위너가 나온 것이다. 위너 93개 중 퍼셀은 네트 플레이로만 72 포인트를 얻었다. 네트 플레이 시도는 무려 101번으로, 28개의 루드보다 4배 가까이 더 많이 시도했다. 그만큼 퍼셀은 코트 전역을 뛰어 다니며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반면 퍼셀의 언포스드에러 또한 65개나 됐다. 19개의 루드에 비해 3배 넘게 많았다. 찰나의 움직임으로 성패가 갈리는 네트플레이기 때문에 퍼셀의 언포스드에러는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 밖에 없었다.

베이스라인 스트로크 파워 싸움이 대세인 현대 테니스에서 퍼셀과 같은 변칙적인 플레이의 선수는 희소성이 있다. 그리고 관중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 선사한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정공법의 대가인 루드가 승리했다. 현대 테니스에서 왜 베이스라인 스트로크 파워 싸움이 대세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루드는 3회전에서 카메론 노리(영국, 19위)를 상대한다. 둘의 상대전적은 루드가 3승으로 앞서있다. 둘의 3회전 경기는 20일로 예상된다.


<적극적으로 네트 앞으로 돌진했던 맥스 퍼셀>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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