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훔치면 죽는다"…英 슈퍼서 델몬트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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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청과 기업 '델몬트'가 케냐 농장에서 파인애플 도둑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인권 유린 논란에 휩싸였다.
케냐인권위원회 측은 "이 농장으로 인해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라며, "파인애플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라고 서구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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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청과 기업 ‘델몬트’가 케냐 농장에서 파인애플 도둑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인권 유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주요 고객층인 영국에서는 일부 슈퍼마켓들이 판매 중단에 나서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케냐에 위치한 델몬트 농장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사회감시기관 파트너아프리카 측은 보고서를 통해 델몬트 농장이 파인애플 절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살인·강간 등 범죄를 저지르고, 인근 주민들의 공포심을 조장해 왔다고 밝혔다.
케냐 티카에 있는 델몬트 농장은 현지 최대 규모의 수출 농장이다. 40㎢(1200만평) 이상의 광대한 대지에서 영국으로 공급되는 파인애플 대부분이 생산된다. 그러나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이 과일을 훔치기 시작하며 농장 측과 충돌이 반복됐다. 사측은 ‘룽구스’라고 불리는 나무 몽둥이로 무장한 보안 요원 230여 명을 배치해 무력 제압을 시작했다.
그 결과 경비원의 폭력으로 10년 간 최소 9건의 사망, 5건의 강간, 기타 심각한 외상 등의 피해가 발생하며 현지에서 논란이 일었다. 절도 방지 목적을 고려해도 폭력의 수위가 지나치며, 절도범이 아닌 일반 주민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티카 델몬트 농장에서 발생한 절도 사망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23년 12월 25일 시신 4구 발견, ▲2023년 11월 피터 무투쿠 무티샤(25) 구타로 사망, ▲2022년 12월 존 루이 카리아(52) 구타 영향으로 교도소에서 사망, ▲2022년 8월 30일 스티븐 투오 뇨이케(22) 구타 후 철사에 목이 졸려 사망, ▲2019년 4월 버나드 무리기(26) 구타로 사망, ▲2013년 사이디 응고토 은둥구(27) 구타 후 댐에 던져져 익사.
이외에도 2021년 9월 경비원들이 농장 내 공공도로를 지나던 버스 탑승객을 무차별 구타하는 등 주변 주민들의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케냐인권위원회 측은 “이 농장으로 인해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라며, “파인애플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라고 서구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국제엠네스티 또한 "주요 고객인 영국 기업들이 케냐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영국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웨이트로즈 등은 지난해 델몬트 파인애플 판매를 중단하며 진상 규명 요구에 나섰다.
다국적 기업인 델몬트는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전 세계에 납품할 과일을 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농업을 주도한 회사다. 케냐 농장의 폭력 사건 외에도 노동력 착취, 아동 노동 등 인권 침해 논란에 지속적으로 휩싸여 왔다.
델몬트는 가장 최근 벌어진 살해·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모든 사업에서 가장 높은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몬트는 지난 2019년 버나드 무리기 사망 후 보안·안전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알린 바 있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폭력 사건이 발생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김수연 온라인 뉴스 기자 ksy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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