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속여 5억 넘는 돈 갈취…대법 "가중처벌법 적용"

부부를 상대로 부동산 사기를 벌여 따로 돈을 송금받았더라도 이를 하나의 범행으로 간주해 특정 금액 이상 사기를 무겁게 처벌하는 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개발업자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1일 확정했습니다.

A 씨는 2010∼2011년 부부인 피해자들에게 양평군 옥천면 임야를 분양해 원금과 평당 계산한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부부 중 한 사람에게 4억 7천500만 원을, 다른 한 사람에게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4천만 원, 2억 2천만 원, 1억 3천500만 원을 받고 2022년 2월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부부 대상 사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특경법은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부부별산제의 원칙에 비춰 볼 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각 피해자에 대한 각각의 사기죄를 구성한다"며 하나의 범죄(포괄일죄)가 아닌 여러 개의 범죄(실체적 경합)를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억 7천500만 원짜리 범행 1건이 아니라 4억 7천500만 원과 1억 원짜리 범행 총 2건을 한 것으로 봐서 특경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은 전부 유죄로 인정해 합계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2심도 유죄 판단은 마찬가지였으나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으로 감형했습니다.

A 씨가 불복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는 공통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공동재산의 매도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통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강청완 기자 blu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