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총기 위협’ 사건 수사 에콰도르 검사, 대낮에 피살

에콰도르 경찰이 17일(현지시각) 과야킬에서 피격 흔적이 남아 있는 세자르 수아레스 검사의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최근 폭력 단체 범죄 급증으로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남미 에콰도르에서 이번에는 방송국 무장공격을 수사하던 검사가 대낮에 피살됐다.

에콰도르 검찰총장 디아나 살라자르는 세자르 수아레스 검사가 17일 오후 과야킬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괴한들에게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수아레스 검사는 지난 9일 무장 괴한 10여명이 과야킬의 한 방송국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괴한들은 두건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뛰어들어가 진행자에게 총구를 겨누고 수류탄으로 위협했다. 군과 경찰이 진압 작전에 나서 관련자 13명을 체포했다.

관련 조직범죄 집단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보인다. 에콰도르 정부 당국의 범죄 수사에 힘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살라자르 총장은 “범죄자들, 테러분자들이 에콰도르 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무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법기관에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아레스 검사는 관련 사건 수사를 하면서 과야킬에서 주로 활동하는 테러단체(갱단) 8곳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엘우니베르소는 전했다.

남미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나라로 꼽혔던 에콰도르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력과 범죄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에만 살인사건이 기록적인 7878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에콰도르를 마약 운송 루트로 적극 활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범죄조직 22곳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야간 통행금지 등이 포함된 60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치안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