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 목 조르려 한 현종?…'고거전' 역사왜곡에 원작자도 한숨

전형주 기자 2024. 1.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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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고려거란전쟁'이 고증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역사 작가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길 작가는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감상평에서 고려거란전쟁 17~18회를 비판했다.

'고려거란전쟁' 17~18회에는 군현제(지방관을 파견해 호족을 억누르고 왕권을 강화하는 정책)를 놓고 현종과 강감찬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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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고려거란전쟁'


사극 '고려거란전쟁'이 고증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역사 작가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길 작가는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감상평에서 고려거란전쟁 17~18회를 비판했다.

길 작가는 "제가 쓴 원작과 역사책을 KBS에 제공했다. 그것을 이용해 (대본을) 쓰면 되는데, (작가가) 자기 고유의 대본을 쓰겠다고 저러고 있다. 재밌게 쓰거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상 실력이 뒷받침될 수도 없고, 대본 작가가 늦게 합류해 연구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다음주부터는 대본 작가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사를 통틀어 손에 꼽는 성군인 현종을 '금쪽이'로 묘사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현종의 캐릭터를 제작진에 잘 설명해줬는데, 결국 대본 작가 마음대로 쓰다 이 사단이 났다. 이 대본작가 문제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아하니 양규를 자기가 쓴 캐릭터가 아니라고 해서 비중을 확 줄였다. 그래서 현종이 양규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장면도 삭제된 것이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대하 사극을 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종이 강감찬에게 개경을 떠날 것을 명령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낙마하는 장면. /사진=KBS '고려거란전쟁'


길 작가는 "(원작에서도)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를 다루는데,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18회에 나오는 현종의 낙마는 원작에 없다. 현종은 관용과 결단력을 같이 가지고 있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고려거란전쟁' 17~18회에는 군현제(지방관을 파견해 호족을 억누르고 왕권을 강화하는 정책)를 놓고 현종과 강감찬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현종은 강감찬에게 지방관을 선발할 것을 지시했지만, 강감찬이 이를 따르지 않자 한림학사승지직에서 파직했다.

또 강감찬이 현종의 지시로 군현제를 정비하던 형부시랑 김은부를 탄핵할 것을 상소하자, 현종은 화를 못 참고 강감찬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

다만 이 내용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로,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멀다. 고려사에 따르면 강감찬은 1012년(현종 3년) 한림학사승지에 오른 지 1년 만에 동북면행영병마사로 파견됐는데, 이는 현종과 갈등으로 '파직'된 게 아니라 여진의 침입에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더구나 현종은 당시 이미 환갑을 넘은 나이였던 강감찬을 극진히 대접했다. 자신의 명에 따르지 않는다고 목을 졸랐다는 내용은 지나친 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16회에서 강감찬이 거란군에 고문을 당한 장면도 허구다. 고려사에는 거란과 2차 전쟁 당시 강감찬의 행적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네티즌들은 "사료가 부족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상이 지나쳤다", "성군인 현종을 현쪽이(금쪽이와 현종의 합성어)로 만들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고려거란전쟁' 극본을 쓴 이정우 작가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에서 작가상을 받았다.

'고려거란전쟁'은 'KBS 연기대상'에서 작가상을 비롯해 대상(최수종), 최우수상(김동준), 우수상(지승현), 조연상(이원종), 베스트 커플상(최수종-김동준), 인기상까지 7관왕을 기록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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