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정신영 할머니 1심 승소…“같이 일하다 죽은 친구들 생각나”

김용희 기자 2024. 1.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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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4) 할머니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강제동원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승소가 잇따르며 제3자 변제를 고집하는 윤석열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이 대한민국 사법부 결정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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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가 선고 직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4) 할머니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임태혁)는 18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정 할머니와 피해자의 유족 1명에게 각각 1억원을, 나머지 원고(피해자 유족) 2명에게는 1억6000여만원과 1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 할머니는 1944년 나주대정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해 5월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중학교도 보내준다”는 꾀임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14살 때였다. 해방 뒤인 1945년 10월 귀국할 때까지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알루미늄판을 옮기거나 청소 등 잡일을 했다. 1944년 12월7일 도난카이 대지진 때는 친구 6명을 잃기도 했다. 당시 나주에서 함께 동원된 사람은 양금덕(94) 할머니 등 25명으로 알려졌다.

정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오해받을 것을 우려해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2013년 11월 양금덕 할머니가 1심에서 승소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90살 때 딸을 통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문을 두드렸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심경을 뒤늦게 알리며 소송에 나섰다.

재판 중이던 2021년 7월 일본연금기구는 정 할머니의 계좌로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약 931원)을 송금해 정 할머니는 “과잣값도 안 되는 돈을 보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당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77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귀환할 당시 지급됐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후생연금의 존재를 감춰왔고 화폐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77년 전 액면가 그대로 지급했다”고 비판했었다.

정 할머니는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 지진 때 죽은 친구 김순례, 최정례가 생각난다. 오늘 승소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에 대한 도리”라며 “일본이 ‘고생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 사죄 한마디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송을 지원한 시민단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광복 79년 만에 쟁취한 오늘의 정의가 상처 입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일본이 진정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면, 일본은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한국 사법부 판결을 따르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강제동원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승소가 잇따르며 제3자 변제를 고집하는 윤석열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이 대한민국 사법부 결정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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