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지하차도 침수’ 때 탈출 돕는 구명봉 단다

최상원 기자 2024. 1.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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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5일 아침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근처 궁평2지하차도가 쏟아져 들어온 강물에 침수됐다.

구명봉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긴 관로인데 지하차도 벽면에 높이 1m 간격의 4단으로 설치된다.

바닥에서 1m 높이에 설치되는 가장 아래 1단 구명봉은 거센 물살이 지하차도에 밀려들더라도 사람이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 관로를 잡고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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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 범람으로 물에 잠긴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7월15일 아침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근처 궁평2지하차도가 쏟아져 들어온 강물에 침수됐다. 이 사고로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위급한 순간에 다른 시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었다. 14t 화물차 운전사인 유병조(44)씨와 충북 증평군청 직원인 정영석(45)씨는 화물차 지붕에 올라가서 지하차도 난간봉을 붙잡은 뒤, 물에 빠진 시민 6명을 끌어올려 구조했다. 자신의 목숨도 위험한 상황에서 더 위험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들의 시민 정신 덕분에 6명을 구조했지만, 몸을 지탱할 발판과 난간봉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상남도는 18일 “지하차도가 침수되더라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차도 벽면에 구명봉을 설치하기로 했다. 구명봉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 우선 6곳에 시범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남도는 지난해 7월 경남도내 지하차도 60곳의 관리실태를 모두 조사했다. 이 과정을 거쳐서 길이 40m 이상, 바닥면이 평평하지 않고 오목한 구조, 하천과 인접한 곳 등 침수 사고에 특히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6곳을 선정했다. 창원시 명곡·용원·석전 지하차도, 진주시 남강3로 지하차도, 김해시 불암지하자도, 함안군 검암 지하차도 등이다.

구명봉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긴 관로인데 지하차도 벽면에 높이 1m 간격의 4단으로 설치된다. 바닥에서 1m 높이에 설치되는 가장 아래 1단 구명봉은 거센 물살이 지하차도에 밀려들더라도 사람이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 관로를 잡고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이 더 차오르면 1단 구명봉을 발판 삼아 올라서서 2단 구명봉을 잡고 탈출하면 된다. 물이 계속 차오르면 더 높은 단의 구명봉을 잡으면 된다. 벽면에 비상사다리도 설치한다.

최문수 경상남도 도로정비파트장은 “구명봉 설치가 완료되면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관계자와 방재전문가 등을 초청해서, 지하차도가 침수된 상황에서 구명봉을 잡고 탈출하는 실증 실험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구명봉의 효과가 확인된다면, 모든 지하차도에 구명봉 설치를 의무화하는 쪽으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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