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는 안중에 없는 듯···' 또 라인업 꼬인 엔비디아 RTX 40 시리즈
[IT동아 남시현 기자] 1월 17일 기준 엔비디아의 주가는 560.53달러로 역대 최고치인 564.67달러에 근접했다. 일반 회계기준(GAAP)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한 181억 달러(약 24조 3000억 원), 영업 이익은 7배나 증가한 104억 달러(약 13조 9700억 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액도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생성형 AI의 시장에 힘입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게이밍 시장은 갈수록 손을 놓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 3분기 게이밍 시장 매출은 28억 5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81% 늘어난 수치지만, 재작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그래픽 카드 매출은 신제품 출시 주기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재고나 수급의 불균형,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 및 구성 등의 영향도 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소비자가 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단지 엔비디아 외 만족할만한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잡음 끊이지 않은 RTX 40 시리즈, 어디서부터 문제인가?
엔비디아 RTX 40 시리즈는 지난 2022년 9월 출시됐다. 당시 엔비디아는 RTX 4080 16GB와 12GB 두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지만 12GB 모델이 사실상 하위 모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출시를 번복하기에 이른다. 이어서 출시된 RTX 4090은 40 시리즈에 처음 도입한 12VHPWR 단자가 녹아내리는 현상이 발견돼 곤욕을 치렀고, 지난해 4월 출시된 RTX 4070은 10GB로 출시하려다가 논란이 되자 12GB로 출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5월 출시한 RTX 4060 및 4060 Ti는 이전 세대에서 192비트였던 메모리 대역폭을 128비트로 낮춰 출시하고, 판매가 부진하자 RTX 4080 및 4070 Ti를 단종시키는 등 연이은 무리수를 뒀다. RTX 40 시리즈의 전 제품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는 셈이고, 제품 성능이 떨어지거나 단종 등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결국 등장한 엔비디아 RTX 4080 슈퍼, 4070 Ti 슈퍼
이번에 출시된 RTX 4080 슈퍼, 4070 Ti 슈퍼, 4070 슈퍼 역시 게이머를 위한 제품이라기보다는 중국발 반도체 수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성격의 제품에 가깝다. RTX 4080 슈퍼는 1만240개의 쿠다 코어 프로세서를 갖췄으며, 전 세대보다 최대 동작 속도도 소폭 빨라졌다. 이외에 3세대 레이 트레이싱 및 4세대 텐서 코어 256비트로 동작하는 16GB GDDR6X 메모리 등의 구성은 동일하다.
RTX 4070 Ti 슈퍼는 8448개의 쿠다 코어 프로세서를 갖췄고, 메모리나 RT 코어 등의 사양은 4080 슈퍼와 같다. 마지막으로 RTX 4070 슈퍼는 7168개의 쿠다 코어 프로세서에 192비트로 동작하는 12GB GDDR6 메모리를 갖췄다.
RTX 4080 슈퍼와 4080의 성능 격차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RTX 4070 Ti 슈퍼와 RTX 4070 Ti는 순수 연산 성능은 큰 차이가 없지만 메모리 용량이 192비트 12GB에서 256비트 16GB로 늘어 실사용 성능에 차이가 클 전망이다. 또 RTX 4070 슈퍼는 전 세대 대비 20% 더 많은 코어를 탑재해 게이밍 성능 향상 폭이 더 커졌다.
TFLOPs 아닌 TOPS 단위 사용, AI 시장 겨냥해
성능 및 구성만 보자면 RTX 4080 슈퍼와 4070 Ti 슈퍼, 4070 슈퍼 모두 실사용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고, 완성도를 높인 제품이다. 문제는 제품이 아닌 공급망에 있다. 엔비디아는 세 그래픽 카드를 출시하는 자료에서 처음으로 TFLOPs(부동소수점 연산 처리 성능)가 아닌 TOPS(초당 1조 번 연산 처리량)을 사용했다. TFLOPs는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때 나타내는 값이고, TOPS는 AI 가속기의 처리 성능을 나타낼 때 쓰는 단위다.
그런데 RTX 4090 및 4080을 비롯해 지금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 없고, 부동소수점과 정수 연산차이로 비교가 어려운 단위를 소개에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또한 자료 내에는 AI 기반 텐서 코어 지원과 윈도우용 텐서RT-LLM 지원 등 그간 설명 자료에는 담지 않았던 내용들도 수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기존에 출시한 RTX 4090과 4080, 이하 라인업 제품에서는 별도로 TOPS를 언급한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해당 그래픽 카드들의 실 수요자를 게이머가 아닌 AI 가속기 수요에 맞추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1분기 중에 중국 시장용 AI 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세 제품 모두 중국 수출 제한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말 중국에서 RTX 4090 판매가 중단되면서, 인근 국가인 우리나라의 RTX 4090 가격도 폭등한 상황이다. 즉 이들 수요에 맞추기 위한 제품이 신작 그래픽 카드 세 종인 셈이다.
게이머는 뒷전인 엔비디아, 경쟁자 성장 외에는 출구 없어
결과적으로 이번에 출시되는 게이밍 그래픽 카드 세 종류 역시 게이머가 즐길만한 제품은 아니다. 가격은 RTX 4080 슈퍼가 999달러(약 134만 원대), RTX 4070 Ti 슈퍼 가 799달러(약 107만 원), RTX 4070 슈퍼가 599달러(약 80만 원)지만, RTX 4090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판매가는 훨씬 높게 잡힐 것이다. 이미 판매를 시작한 RTX 4070 슈퍼는 80만 원대가 아닌 105~115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아쉽게도 대안이라 할 만한 AMD 라데온과 인텔 아크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두 기업은 엔비디아보다 훨씬 게이머 친화적인 제품 라인업 구성과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성능 및 생태계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의 다음 그래픽 카드인 RTX 50 시리즈는 빨라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는 되어야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회에 AMD와 인텔이 게이밍 그래픽 카드 시장 분위기를 잘 환기해 보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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