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사범 처벌 약화하자는 슬로바키아…‘법치주의 훼손’ 논란

신기섭 기자 2024. 1. 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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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출범한 친러시아 성향의 슬로바키아 정부가 부패 사범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을 서두르면서 폴란드, 헝가리에 이어 유럽연합(EU)으로부터 '법치주의 훼손'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의회가 17일(현지시각) 슬로바키아의 형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결의안 채택은 슬로바키아 내부에서 형법 개정 반대 시위가 이어가는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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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결의안 채택 등 국내외 우려 목소리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부패 사범 처벌을 약화하는 형법 개정을 서둘러 법치주의 훼손 비판을 받고 있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출범한 친러시아 성향의 슬로바키아 정부가 부패 사범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을 서두르면서 폴란드, 헝가리에 이어 유럽연합(EU)으로부터 ‘법치주의 훼손’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의회가 17일(현지시각) 슬로바키아의 형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630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496표의 찬성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형법 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법치와 사법부 독립성 보장을 위한 조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 채택은 슬로바키아 내부에서 형법 개정 반대 시위가 이어가는 가운데 이뤄졌다.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지난 12월 6일 경제·금융 부패 사건이나 조직 범죄 등을 전담 수사하는 ‘국립범죄청’(NAKA)을 없애고 내부 비리 고발자 보호 장치를 줄이며 부패 사범에 대한 형량도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 개정안을 신속 처리 대상으로 지정해, 12월 25일 이전 의회 통과를 추진했다. 국립범죄청이 문을 닫는 날도 2024년 1월 15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야당이 신속 처리 저지에 나서고 항의 시위도 이어지면서 법 개정안 처리는 해를 넘겼다.

해를 넘기면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권은 개편안이 피초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비판하며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폴란드와 헝가리처럼 ‘법치주의 훼손’ 논란을 빚을 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들도 야권의 주장에 호응해 거의 매주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14개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열렸고,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만 시위 참가자가 2만~2만5천명이었다고 유럽연합 정책 전문 매체 유락티브가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미국 등도 이미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디디에 렝데르 유럽연합 법무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15일 형법 개정안이 유럽연합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집행위원회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초 총리는 유럽의회의 결의안 채택에 대해 국내 정치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슬로바키아의 야당이 결의안 채택을 밀어붙였다며 야당이 슬로바키아에 대한 “허튼소리와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대응은 지난해 12월 물러난 폴란드 전임 정부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대응을 연상시킨다. 두 나라는 유럽연합의 사법부 독립성 강화 요구를 무시하다가 유럽연합의 경제 회복 기금 지급 중단 등의 제재 조처를 당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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