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꿈의 MLB 도전기 '2월 15일 SF 스프링캠프 합류'... 신인왕 향한 첫 발걸음 내딛는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8일(한국시간) 30개 구단의 스프링 트레이닝 일정을 모두 공개했다.
이후 매 시즌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며 5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큰 부상 한 버 없이 꾸준히 출전하며 특히 2022년엔 142경기에서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8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96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시즌 이정후의 경기엔 MLB 스카우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이미 자료는 구성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2023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최종 승자는 샌프란시스코였다. 1억 1300만 달러(1515억원) 계약을 이정후에게 안겼고 MLB와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경기를 잘 챙겨봤다는 이정후는 입단식에서 "레츠고 자이언츠!"를 외쳤다. 파르한 자이디 사장은 입단식 내내 이정후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는 역대 포스팅으로 진출한 코리안리거는 물론이고 아시아 야수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최고액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기대를 잘 나타내주는 금액이다. 더불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계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1825만 달러(244억원)의 이적료를 전 소속팀 키움에 안기게 돼 가벼운 마음으로 미국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등번호는 그가 원했고 줄곧 달아왔던 롤 모델 스즈키 이치로와 같은 51번이었다.
야심차게 이정후를 영입했지만 이후 소문에 비해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정후에게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지난 13일 드디어 자유계약선수(FA) 조던 힉스와 4년 44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샌프란시스코는 한숨을 돌렸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자타공인 이번 스토브리그 샌프란시스코의 최고 스타다. 현지의 관심도 남다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식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정후의 반려견 사진을 올릴 정도로 이정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다.
피트 푸틸라 단장의 특별한 구애 일화도 공개됐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키움 히어로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MLB 진출 비하인드에서 푸틸라 단장이 계약 전 식사자리에서 그의 응원가를 불러줬다고 밝혔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으며 이들의 가족관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레전드인 아버지 '바람의 아들' 이종범, 그의 아들 '바람의 손자' 이정후, 그의 사위인 '바람의 손자사위' 고우석까지 특별한 야구 집안에 대해 조명했다. MLB닷컴은 16일 메인 페이지에 둘의 사진을 첨부하며 이들이 친구에서 처남-매제 관계가 되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MLB닷컴은 "가족의 인연을 맺은 둘은 MLB 내셔널리그 라이벌 팀에서 새롭게 야구 인생을 맞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의 통산 타율 1위(0.340) 이정후가 빅리그에서 통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관건은 시속 150㎞ 이상을 뿌리는 투수가 즐비한 MLB에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가 거액을 투자한 건 그만한 근거가 있다. 압도적인 컨택트 비율을 앞세워 극도로 낮은 헛스윙률과 삼진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이정후의 매력포인트다.
새해를 맞아 각 구단별 희망적 뉴스를 예상한 MLB닷컴은 "자이언츠는 올해 NL 신인상을 수상할 것"이라며 이정후를 그들 중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앞서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현 시점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이치로와 유사한) 탁월한 손과 눈의 조화를 갖췄고 많은 하드컨택트 타구를 날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삼진률은 6% 미만이었다"고 고평가했다.
이정후가 MLB에서 신인상을 수상한다면 노모 히데오(1995년)와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 스즈키 이치로(2001년), 오타니 쇼헤이(2018년)에 이어 아시아 선수 5번째로 빅리그 으뜸 샛별이 된다. 나아가 한국 선수로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경지에 오르게 된다.
신인상을 거머쥐기 위해선 무엇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껏 빅리그에 진출한 어떤 코리안리거보다도 많은 금액을 받았다는 건 이러한 기대를 끌어올린다. 철저한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돈만큼 확실한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돈값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샌프나시스코는 이정후에게 많은 기회를 보장할 수밖에 없다.
OPS 0.8 이상을 기록한 건 타순에 1루수 윌머 플로레스 단 한 명이었다. 외야수 중 가장 고타율은 루이스 마토스로 0.250, 외야 출루율 1위도 마이클 콘포토로 0.334에 불과했다.
이정후의 KBO 통산 출루율은 무려 0.407에 달했고 OPS는 0.898이었다. 타율은 0.340. 리그 수준의 차이가 크지만 컨택트 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공을 골라내는 능력도 빼어나기 때문에 타율은 물론이고 출루율과 OPS 등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가장 중요한 건 한 달 후 참가하게 될 샌프란시스코의 공식 훈련이다. 미국 매체 '에센셜리 스포츠'는 지난 2일 "자신의 최고 기록인 이 정도 홈런을 기록한다면 빅리그 첫 시즌에 성공적일 것. 그의 수비력과 만 25세라는 나이는 좌익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이라면서도 "그러나 모든 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은 밥 멜빈 감독은 지난해 12월 말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정후의 1번 타자 기용 가능성을 밝혔다. 그는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가지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1번 타자는 이정후가 해봤던 경험이 있어 편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한솥밥을 먹게 된 샌디에이고는 샌프란시스코보다 앞선 다음달 1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투수조 훈련을 먼저 시작한다. 이어 김하성 등 야수조는 16일부터 팀 훈련을 치른다.
배지환의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캠프를 마련했다. 2월 14일에 투수조가 먼저 캠프에 입성하고 배지환 등 야수들은 19일부터 전체 훈련을 시작한다.
자유계약선수(FA) 류현진과 최지만은 아직 소속팀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는 둘이다. 스프링캠프 돌입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 이 사이에 행선지가 최대한 빠르게 결정돼야 시즌을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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