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검사 받고나니… “○○학원 가세요”

■ 심리센터 ‘사교육 중개’ 기승
겨울방학 ‘지능·심리검사’ 특수
백만원대 검사후 학습플랜 짜줘
선행학습 권장하며 학원도 추천

일명 ‘영재검사’로 불리는 웩슬러 지능 검사를 통해 아이의 학습 역량과 영재성 수준을 확인해준다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동 대상 심리상담센터. 이곳은 겨울방학을 맞아 쏟아지는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주말 영업시간을 토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확대했다. 관계자는 “학부모 상담 시 국공립, 사립 학교 등 아이가 어느 기관에 적합한지에서부터 전체적인 학습 방향·전략도 조언해주기 때문에 방학 시즌에 문의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18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특수’를 노리는 고가의 지능·심리 종합검사 기관이 아이들을 사교육업체로 연결해주는 ‘중개 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 3월 신학기 전 아이 학습 계획을 짜기 위해 부모들이 병원뿐 아니라 사설 센터로 몰리자 이들은 노골적으로 “학군지 적합도·학원 유형을 상담해준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웩슬러 검사는 병원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사설 센터에서도 할 수 있다. 입소문이 난 곳의 경우에는 최대 수년을 대기하라는 경우도 있다. 경기 지역 유명 교육컨설팅 업체에 문의해보니 대표에게 검사 및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평일 기준 2025년 5월, 주말 기준 2026년 4월까지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웩슬러 검사는 언어 이해·시공간·유동 추론 등 5개 영역에서 아이의 지능을 측정한다. 만 6세부터 유아용이 아닌 아동용 지표로 실시할 수 있다. 웩슬러 검사 및 심리 검사가 포함된 풀배터리 검사의 경우 시중 센터에서 검사 가격만 50만∼60만 원대, 이후 분석과 상담까지 받으려면 상담 주체에 따라 70만∼150만 원대 비용이 든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초등학생 때부터의 학원 플랜을 짜 주는 사교육 중개업체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유명 업체는 관련 문의를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학원 유형(기질, 진도에 맞는 학원추천)’ ‘학군지 적합도(학원, 학교)’ ‘현재 나가고 있는 진도의 적정성’까지 상담해준다는 내용의 안내문자를 배포하고 있다. 청담동의 다른 교육컨설팅 업체는 학부모에게 “풀배터리 검사 결과 상담을 통해 대형이나 소형(학원)이 맞는지 보고, 거주하는 곳 근처로 추천해드릴 수 있다”며 “학원에 대한 피드백은 전국으로 해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 용인의 유명 센터에서 지난달 7세 아이 종합검사를 받은 한 학부모는 웩슬러 검사 결과 수학 관련 영역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2∼3년 정도의 선행학습을 권장받았다며 사고력 수학학원 2∼3곳을 추천받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회성 지능 검사를 통해 아이의 잠재 역량·영재성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데 수행 주체와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학부모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지현·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