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홍해 두고 희망봉 돌아간다"…유럽 오가는 車업계 '끙끙'

후티 반군 위협에 유럽 수출 핵심 항로 수에즈운하 이용 못해…운송기간 열흘 지연
"장기화되면 물류비 부담에 판매가 영향까지"…유럽 수출 비중 높은 車업계 긴장

예멘 후티 반군의 헬기가 홍해 지역에서 화물선인 갤럭시 리더호에 접근하고 있다. 2023.11.20/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예멘 후티 반군과 미영 연합군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발 물류대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 부담 증가 및 부품 공급 차질 등이 생길 수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수출의 핵심 경로인 홍해가 막히는 '홍해 사태'로 국내 자동차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면서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운송기간이 지연되고 핵심 부품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규탄한다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속속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지 못하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경로 대비 평균 10일 이상이 더 소요된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자동차 수출용 화물선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005380) 완성차를 운반하는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희망봉으로 우회 운항하라는 정부 권고에 따라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으로 완성차 수출 시 운송 기간이 소폭 지연됐지만 차량 납기일이 밀리는 등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012330)도 유럽 현지 공장에 핵심 부품 등 재고를 비축하고 있어 당분간 부품 수급 차질 등의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를 계기로 현지에 부품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두고 있다.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르노코리아(90%)와 KG모빌리티(50%)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수출 물량을 컨테이너선으로 운반하는 르노코리아는 운임 비용이 단기간에 급등하며 물류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한달 동안 두배 이상 급등했다.

KG모빌리티는 자동차 수출 시 주로 자동차 전용선인 '로로선'으로 운송해 그나마 부담이 적다. 그때그때 시황이 반영되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선주사와 연간 단위로 물류비를 계약하는 로로선으로 자동차를 운반할 경우 추가로 전가되는 운임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홍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업계는 운송기간 지연과 함께 물류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운사와의 연간 단위 운임 계약으로 당장은 비용 부담이 없지만, 다음 계약에서는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현지 사업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운송비가 증가해 판매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