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소수민족 운동가 징역형에 이례적 수천명 시위

신기섭 기자 2024. 1.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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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서남부 지역의 소수민족 운동가 처벌에 항의하는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우랄산맥 기슭에 있는 바시키르 공화국의 바이마크에서 17일(현지시각) 수천명의 시민이 이 지역의 유명 활동가 파일 알시노프(37)에 대한 징역형 선고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독립 언론 메두자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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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키르 공화국에서 수천명 시위…공화국 수장 퇴진 요구
금광 개발 반대 운동가, ‘인종 혐오 선동’ 혐의 4년형
러시아 바시키르 공화국 내 도시 바이마크의 법원 앞에서 17일(현지시각) 주민들이 지역 활동가에 대한 유죄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 있다. 바이마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서남부 지역의 소수민족 운동가 처벌에 항의하는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내부의 잠재된 갈등이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 표출되는 양상이다.

러시아 우랄산맥 기슭에 있는 바시키르 공화국의 바이마크에서 17일(현지시각) 수천명의 시민이 이 지역의 유명 활동가 파일 알시노프(37)에 대한 징역형 선고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독립 언론 메두자 등이 보도했다. 바시키르 공화국은 튀르크계 민족인 바시키르인이 전체 인구 400여만명 가운데 30% 정도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시위대는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법원 앞에서 ‘파일, 우리가 당신과 함께 있다’, ‘자유’, ‘수치’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알시노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바시키르 공화국 수장 라디 하비로프의 퇴진도 요구했다.

시민들이 대치하던 경찰을 뚫으려 하자, 경찰은 최루가스를 뿌리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이가 적어도 5명에서 수십명에 이른다는 엇갈린 보도를 내놨다. 현지 정부 당국은 시위 직후 ‘대규모 폭동’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이 혐의가 적용될 경우, 관련자들은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법원은 애초 지난 15일 알시노프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주민 1천여명이 법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자 선고일을 이틀 늦췄다.

알시노프는 이날 ‘인종 혐오 선동’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금광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 등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알시노프는 “보통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는데, 바시키르어의 ‘보통 사람’이 러시아어로 ‘흑인’으로 번역되면서 인종 혐오 혐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죄 판결 뒤 “나는 정의와 우리 국민, 우리 공화국을 위해 싸워왔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0년 석회석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운동을 조직하면서 유명해졌다. 강한 반대에 직면하자 바시키르 공화국은 개발 사업을 취소하고 개발 예정지를 자연 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알시노프에 대한 유죄 판결을 석회석 개발 반대 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시키르 행정 관리 출신의 정치학자 압바스 갈랴모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크렘린궁은 고물가 등 여러가지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다”며 “이제 바시키르 공화국의 시위 문제까지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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