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에서 우리카드 유스 강사로… 남은빈 "영어 공부까지 해요"
[장충=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한국배구가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달성했지만 2023년 펼쳐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 여자배구 대표팀 각각 7위와 5위를 기록하며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유소년 배구의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실현시킬 방안으로 엘리트 배구 뿐만 아니라, '유스클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중이다. 지난 13일 장충 보조체육관에서 우리카드 유스클럽 남은빈 강사를 만나 유스클럽 배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흥국생명에서 활약했던 남은빈, 은퇴 후 강사로 변신한 사연
남은빈 강사는 프로배구 선수 출신이다. 2018~2019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6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리베로 포지션에서 프로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V리그 통산 1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1년 6월30일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됐다. 이후 1년 동안 배구와 담을 쌓았다.
남은빈 강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만 했었다. 프로에서 나왔을 때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해서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항상 꿈이 배구선수 국가대표였는데, 목표가 사라진 시기였다. 시청팀 등 오라는 곳도 있었는데 가지 않았다"고 은퇴 당시 힘들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남은빈 강사를 일으킨 곳은 우리카드 유스클럽이었다. 2022년 우리카드 유스클럽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보람을 느꼈다.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의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김시훈은 당시 메인 강사로서 남은빈 강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시훈은 현재 우리카드 유스클럽의 총괄 운영 담당을 맡고 있다.
남은빈 강사는 "배구가 싫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선생님이 대타로 한번 (유스클럽 지도를) 부탁했다. 이후 계속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김시훈 선생님이 같이 하자고 해서 이렇게 됐다"면서 "아이들이 귀엽고 가르치는 게 재밌더라"며 유스클럽 강사를 시작한 일화에 대해 밝혔다.
'은빈샘'은 소통왕, 아이들과 소통 위해 영어 공부까지
엘리트 배구와 유스클럽의 가장 큰 차이는 훈련 강도였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배구에 할애하는 엘리트 배구와 달리 유스클럽은 1주일에 1회 아이들을 지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과정을 거치고 프로 무대까지 밟았던 남은빈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남은빈은 "엘리트 선수들은 매일 운동하니까 발전하는 속도가 눈에 보인다. 유스클럽은 하나를 가르치면 다음주에 제자리걸음일 때가 많다. 다시 가르쳐줘야 한다. 하나를 잘하면 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가 많아지는데, 비슷한 걸 하게 되더라"며 유스클럽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남은빈 강사는 곧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비결은 학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었다. 배구의 재미를 찾게 해주려는 유스클럽의 취지에 맞게 먼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수많은 학생들이 남은빈 강사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남은빈 강사는 초,중,고 학생들을 가리지 않고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남은빈은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제가 피드백을 줬는데 (학생들이) 바로 해낼 때가 있다. 그러면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했을 때 잘되는 것 같다'라고 말해준다. 그럼 '내가 잘 알려줬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학생들과의 일화를 밝혔다.
현재 우리카드 유스클럽은 장충체육관 보조체육관(장충 유스클럽), 인창중학교 체육관(서대문 유스클럽), 드와이트 스쿨(상암 유스클럽)에서 운영 중이다. 남은빈은 이들 중 외국인 학교인 드와이트 스쿨에서 학생들을 지도 중이다. 마지막 교시에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지도한다.
남은빈은 "외국인 학교라서 마지막 교시에는 외국인 학생들과 같이 한다. 이를 위해서 조금씩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한테 번역을 부탁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배운 영어를 제가 사용하기도 한다"며 소통왕의 면모를 보여줬다.
프로배구 선수의 꿈을 포기한 상처를 딛고 배구 꿈나무들을 가르치게 된 남은빈 강사.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며 우리카드 유스클럽의 명강사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학생들과의 눈높이 소통으로 유스클럽에 걸맞는 '재밌는 배구'를 실현 중이다. 한국배구의 미래를 묵묵히 밝히고 있는 남은빈 강사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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