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우려 키우는 설익은 정책들[포럼]

2024. 1. 18. 11: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에 호황이 있고 불황이 있듯이 정치에서도 순환주기가 있어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정정책 및 금융정책이 모두 팽창적으로 운영된다는 정치순환주기론(political business cycle)이 강조되곤 한다.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서도 이 가설은 많은 나라의 정치경제 환경에서 입증된 바 있는데, 우리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경기에 호황이 있고 불황이 있듯이 정치에서도 순환주기가 있어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정정책 및 금융정책이 모두 팽창적으로 운영된다는 정치순환주기론(political business cycle)이 강조되곤 한다.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서도 이 가설은 많은 나라의 정치경제 환경에서 입증된 바 있는데, 우리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해 4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쌀 가격이 기준가보다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예산으로 보전토록 규정하고 있어 수조 원이 들 뿐만 아니라, 그러잖아도 남아도는 쌀 생산을 지나치게 부추길 염려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차액을 보전하는 대상 작물을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으로 늘리는 법안이 상임위 안건으로 올라갔다. 4·10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농민 표를 겨냥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입법 권능 과시 행태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새해 부처 업무보고를 전국을 순회하며 민생토론회를 여는 방식으로 하루가 멀다고 선심성 정책을 쏟아낸다. ‘동학 개미’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절세형 투자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대폭 늘리고 가입 대상도 확대키로 했다. 또,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고, 주식 공매도 금지는 유지하며, 30년 이상 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민·소상공인 290만 명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 대사면,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 40만 명의 대출이자를 1인당 150만 원까지 돌려주는 정책, 자영업자 코로나19 지원금 8000억 원 상환 면제,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등 선심 정책을 연일 내놓는다. 메가톤급 정책들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어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각종 부담금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도입 취지를 이미 달성했거나 내외부 환경 및 기술 변화로 제도 유지가 더는 타당하지 않은 부담금은 폐지키로 하는 등 바람직한 정책 결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각 부처가 포퓰리즘에 입각해 설익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GDP의 100%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더해 이미 50%를 훌쩍 넘어선 국가채무, 그리고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 등으로 긴장하고 있는 기업부채 126.1% 등이 국가 경제가 이러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님을 말해준다. 특히, 기업부채의 경우 그 늘어나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대다수 국가가 고금리 환경 속에서 부채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빚을 내더라도 투자를 해서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이겠지만, 단지 버티기 위해 빚을 계속 내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빚을 지면 채무 불이행과 파산 위험이 커져 경제에 부담이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은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퍼주기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건전화를 통해 정책 기조를 바로 세운 만큼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첫 단추를 여야가 함께 끼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