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거리 눈물의 호소 “北送동생 송환 도와주세요”

김지은 기자 2024. 1. 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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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강제로 북송된 동생 철옥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영국에 사는 탈북민 자매가 지난해 10월 강제로 북송된 막냇동생을 구해달라며 런던 거리에서 도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하원에서 개최된 유럽 북한인권포럼에서 "중국에서 25년간 살며 우리말도 잊어버리고 6개월 된 손자까지 둔 동생이 갑자기 북송됐다"며 "오빠도 북송됐다가 감옥에서 맞아서 죽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는데 동생까지 그렇게 보낼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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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민 김규리· 유빈 자매
“中정부 북송조처로 가정 해체
아이들이 엄마를 잃게 됐다”
팻말 들고 英시민 서명받아
다음 주 駐英 中대사관 전달
영국에 사는 탈북민 자매 김규리(왼쪽)·유빈 씨 자매가 17일(현지시간) 런던 외곽 뉴몰든 중심가에서 북송된 동생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강제로 북송된 동생 철옥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영국에 사는 탈북민 자매가 지난해 10월 강제로 북송된 막냇동생을 구해달라며 런던 거리에서 도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영국 하원과 미국 뉴욕 유엔본부 등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에서 동생 사례를 알렸던 이들 자매가 거리에 나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며 현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런던 외곽 뉴몰든 중심가에서 김규리·유빈 자매는 ‘북한 주민의 강제 북송을 멈춰 달라(Please stop! The abusive repatriation of North Koreans)’고 영어로 적은 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서명과 함께 철옥 씨의 구명을 촉구하는 편지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낼 예정이다. 편지에는 “중국 정부의 북송 조처로 탈북 여성의 가정이 해체되고 아이들이 엄마를 잃게 됐다”며 “중국에 가족이 있는 모든 탈북민에게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적었다. 며칠 전부터 온라인으로 먼저 서명받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200명이 넘은 상태로, 서명을 더 받아 다음 주에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에 전할 계획이다.

1997년 탈북한 규리 씨는 나중에 탈북한 언니 유빈 씨와 영국으로 이주했다. 동생 철옥 씨는 14세였던 1998년 탈북한 뒤 브로커에게 속아 나이 많은 중국 남성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는 중국 내에서 합법적 신분이 없는 탈북민으로 공안의 눈을 피해 숨어 살았다. 자매는 서로 생사를 모르고 지내다 2019년에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언니들이 영국에 오라고 했지만, 선뜻 응하지 못하던 철옥 씨는 신분증이 없어서 코로나19 치료를 못 받는 일을 겪고 중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4월 태국을 경유해 영국으로 가려 했지만 출발 직후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고, 10월 9일 북한으로 송환된 뒤 소식이 끊겼다.

자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0월 영국 하원에서 개최된 유럽 북한인권포럼에서 “중국에서 25년간 살며 우리말도 잊어버리고 6개월 된 손자까지 둔 동생이 갑자기 북송됐다”며 “오빠도 북송됐다가 감옥에서 맞아서 죽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는데 동생까지 그렇게 보낼 순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에 참석해 동생의 사례를 알렸다.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내 동생을 도와달라.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사람들을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한인 타운이 있는 뉴몰든 지역에서 반찬 사업을 하고 있는 규리 씨는 “언젠가 동생과 재회할 날을 고대하며 악착같이 살았다”며 “동생이 어떤 고통을 받을지 뻔히 보여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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