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가장 많이 하는 말 ‘다음엔…’, 사실 그런 기회는 거의 없다”
1주일에 6일 선수촌에서 체류
400명 가량 선수들과 ‘구슬땀’
“세밀히 영상분석해 기술 보완
선수들 근육 상태 주기적 파악
깡 없어진 선수들 더 독해져야
결국 체력·정신력서 메달 결정”
진천=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2024 파리올림픽(7월 26일 개막)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 진천선수촌은 연초인데도 한겨울 추위를 잊고 구슬땀을 흘리는 300∼400명가량의 선수로 연일 북적인다. 장재근(62) 진천선수촌장은 대부분 시간을 선수들과 함께한다. 장 촌장은 충북 진천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지만, 일요일 밤에 입촌해 토요일 오전에 퇴촌하는 일정으로 1주일에 6일을 선수촌에 체류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장 촌장은 밝은 표정을 지었으나 걱정도 많았다. 그는 “걱정 반, 희망 반이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목표로 했던 일본과 격차를 줄였지만, 금메달 50개(42개 획득)를 따지 못했다. (파리올림픽에서) 2020 도쿄올림픽 때의 금메달 6개를 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도 “하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살펴보면 희망도 보인다. 양궁과 펜싱, 배드민턴, 근대5종, 태권도에서 금메달 6개를 넘을 것 같다는 전망도 한다.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그렇지, 빈틈을 노리면 역도와 수영 등에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파리올림픽 입상을 위해 온종일 땀방울을 흘린다. 그리고 선수들의 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학 훈련이 진행된다. 선수촌과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말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병대 캠프 참여로, 구시대적 훈련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장 촌장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은 당연하고 기본적”이라고 강조하며 “영상 분석이 가장 많은데, 펜싱에선 공격과 수비의 찰나를 포착해 기술을 보완한다. 그리고 구기 종목에선 카메라가 공을 지속 추적해서 작전 수행 등을 분석한다”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맞춤 지원이다. 장 촌장은 “올해부터 선수들의 몸을 부위별로 세분화해서 근육 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 이를 수치로 기록한다”며 “변화된 수치를 전달해 선수들의 성적 향상과 부진 원인을 찾을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도자들이 훈련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파리올림픽에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구축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장 촌장은 “종전엔 출국 일정을 획일적으로 결정했고, 통상 경기 시작 3∼4일 전에 도착했다”면서 “이번엔 4∼5월 전지훈련을 통해 현지 도착 후 컨디션이 언제 최고조에 이르는지 분석, 종목별로 파리에 입성하는 날짜를 고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이 뛰어나도 훈련에 열중하고 성적을 내는 건 선수들에게 달렸다. 장 촌장은 “입상권 부근 선수들의 기술은 대부분 비슷하다. 결국 체력 혹은 정신의 차이에서 메달이 결정된다”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서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하는데, 옛날 말로 ‘깡’이 없어졌다. 선수들에게 독해져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그런데 진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다음에 하면 된다’다. 기회가 다시 주어질지도 모르는 데 그런 생각을 한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촌장은 정신력 함양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한다. 예전에 자율적으로 진행한 새벽 훈련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이유. 장 촌장은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이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소집 개념”이라며 “훈련 내용은 종목별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오전 6시 10분쯤 모여서 가볍게 몸을 푼다. 운동장을 걷는 종목도 있다. 그리고 6시 40분에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며 “선수촌엔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 중 최고만 모인다. 생활체육인, 동호인들처럼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하나가 돼 규칙적이고 체계화된 시스템에서 운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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