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올림픽] '금메달 선배' 피겨 유영 "생애 단 한 번의 무대 즐겼으면"
"순간의 집중력과 캐릭터 몰입이 중요…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
2024-2025시즌 국가대표 복귀…"올 시즌 끝엔, '행복한 나를'"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과정을 즐기다 보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올 거야. 모든 종목 선수와 축제를 즐기다가 왔으면 좋겠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유영(20)은 2020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선수 최초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는 19일 막이 오르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강원 2024) 피겨스케이팅에는 여자 싱글 신지아(영동중)와 김유성(평촌중), 남자 싱글 김현겸(한광고) 등 5명의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한다.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동계청소년올림픽 '금메달 선배' 유영은 4년 전 기억을 꺼내 보였다.
몇몇 일본 선수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에게 순수한 응원을 보내던 모습, 선수촌 룸메이트 언니들과 수다를 떨며 대회 긴장감도 낮췄던 기억도 떠올렸다.
당시 유영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필살기'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성공해내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다.
이에 대해 "기술적인 클린(무실점) 연기는 '순간 집중력'에서 나온다. 음악에 몰입해 어울리는 캐릭터를 고민하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든다면 예술점수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갖는 긴장감과 부담감은 '눈앞에 닥친 과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넘겨야 한다고도 했다.
유영은 과정을 즐기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생애 단 한 번만 참가할 수 있는 청소년올림픽을 잘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2024 피겨 스케이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경기가 열렸던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개최된다.
유영은 "조금만 늦게 태어났으면 한국에서 열리는 청소년올림픽에 나갔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 뒤 "앞으로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경기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데, 올림픽이 열렸던 곳에서 언젠가 뛰어보고 싶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 때 최다빈(세종특별자치시체육회)과 차준환(고려대)의 경기를 지켜봤던 유영은 "강릉아이스아레나는 크기도 압도적이고, 사방에 오륜 모양이 박혀 있어서 그 웅장함에 압도됐던 기억이 난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팬의 응원도 엄청났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2020년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국제대회를 뛰었던 유영은 사방의 태극기와 우렁찬 함성을 기억한다.
유영은 '올림픽 성지'에서 홈 관중 앞 큰 대회를 치를 후배들에게 "한국에서는 밥도 잘 먹고, 시차 적응도 필요 없는 만큼 좀 더 편하게 마음을 먹고, 메달보다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했으면 좋겠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사실 피겨 기술·예술 표현에 관한 조언이나 멘털 관리 경험은 현재 유영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유영은 2023-2024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1위에 머무는 충격적인 결과 끝에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고, 2023-2024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와 5차 대회에서는 각각 11위, 8위에 머물며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발목 인대 부상에 심리적인 우울감도 더해졌고, 유영은 스스로 '밑바닥을 쳤다'고 표현했다.
슬럼프 기간 스스로에 대해 탐구한 유영은 "결국 나는 피겨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사실, 포기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다"며 "좋아하는 만큼 노력하는 것도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성장통을 통한 깨달음을 전했다.
'하나씩 다시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지난 7일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해 2024-2025시즌 국가대표에 복귀한 유영은 당장 오는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유영은 "세계선수권에서는 좀 더 성장한 모습, 클린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톱10 안에 들고는 싶다"서도 너무 큰 기대감은 스스로를 좀먹는다고 경계했다.
부상 여파로 올 시즌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 모두 넣지 않은 트리플 악셀은 몸 상태가 회복되면 다음 시즌부터 조금씩 다시 시도할 생각이라며 "올 시즌의 끝에는 웃는 모습, 행복한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태극마크를 되찾으면서 2024년을 기분 좋게 연 유영은 3월부터는 벚꽃이 가득 핀 경희대 캠퍼스에 첫발을 내디딜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어렸을 땐 생각이 단순해서 그런지 우울감도 빠르게 전환했지만, 성장하면서는 생각도 많아지더라"는 유영은 "심리 상담을 공부해서 많은 후배 선수를 돕고 싶다"고 배움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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