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환율·北·실적 ‘첩첩산중’...韓 증시는 ‘1월 악몽’

2024. 1. 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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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일까지 하루 빼고 매일 주가 하락
연준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에 상승분 반납
北리스크에 주요기업 실적둔화까지 겹쳐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환율 자극 가중

1월 국내 증시가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주가 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가 바뀌면 투자자들의 낙관 편향이 발생, 다른 달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1월 효과’는 커녕 ‘1월 악몽’으로 투자자들은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의 주가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꼴찌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국내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 악재가 중첩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우선 세계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인하를 기대보다 빨리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나오면서 지난 연말 연준의 피벗(기조전환) 기대에 따라 올랐던 가격이 일부 되돌려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유독 더 큰 타격을 받는 데에는 주요 기업의 실적이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점과 글로벌 전쟁 위기 분위기 속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진 지정학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트럼프표 자본시장 정책이 신흥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29% 하회했으며,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영업이익도 전망치를 각각 37%, 43% 밑돌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가 조금씩 약해지면서 시장 에너지가 약화되기 시작했고 실적이 뒷받침돼도 시장이 버틸까 말까인데 삼성전자 어닝쇼크가 났다”며 “그런데도 올해는 좋아지겠지 하는 편향적인 반응이 누적됐던 것이 오늘과 같은 급락을 일으킨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대만 총통선거 이후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고 미국 경선을 지켜보며 우려감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지난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가 과했기에 기대심리가 정상화되면서 코스피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가 올해는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18일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휴대폰 판매 호조 등이 기대된다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갤럭시 S24 판매량은 지난해 S23 대비 66%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 대형언어모델(LLM)과 구글 최신 AI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실시간 통역 통화, 메모 자동 요약 등이 지원되는 전 세계 첫 메이저 온디바이스 AI폰으로 출시돼 신규 구매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갤럭시 S24 판매량은 2016년 갤럭시 S7 이후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해 스마트폰(MX) 부문의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고,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 상승 등으로 메모리 사업이 본격적인 실적 개선 추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6조770억원으로 예상하며 직전 추정치(35조3720억원)에서 2%가량 상향 조정했다.

국내 증시 부진에는 수급 이슈 영향도 크다. 지난 연말에 나타났던 배당 연계 차익 거래의 되돌림으로 기관 매출이 연초 대량 출회되면서 주가 지수의 하방압력을 키웠다. 기관은 올 들어 17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그나마 17일에는 기관이 순매수로 전환했는데, 외국인이 돌연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이날에도 우리 증시가 큰 폭의 하락을 보이게 됐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나흘 연속 올라 지난해 11월2일(1342.90원) 이후 두 달여 만에 1340원대로 올라섰다. 원화 가치 하락은 달러 가치 상승에 기인한다.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한 때는 1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다시 상승세로 전환, 103포인트선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 다소 신중해진 연준의 기조는 다시 시장금리를 자극하면서 달러 값을 높이고 있다. 3%대로 떨어졌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어느새 4.1%대까지 오른 상태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하락은 무엇보다 환율 영향이 크다”며 “최근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에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양안 관계 갈등 전망, 북한 김정은의 대한민국 주적 발언, 여기에 미국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등이 환율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특히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한데 환율까지 치솟아 외국인 한국 주식을 팔게 만드는 상황”이라며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폴리코노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경원·신동윤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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