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ㆍ혁신기업] 고객·기업의 연결 다리 역할… "AI 시대에도 눈은 고객에게"
매출 43조 기록한 CRM 솔루션 1위 기업
LLM 선택 연결해 쓰도록 개방 전략 펼쳐
'데이터 클라우드·통합 솔루션' 빠르게 성장
자체 AI기술 '아인슈타인' 내부업무 적용
손부한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
"AI(인공지능) 혁신이 무서운 것은 경쟁의 승자와 패자가 금방 갈릴 거란 겁니다. 과거 증기기관 때는 혁신 사이클이 수백년, 이후 IT시대에도 수십년 걸렸다면 AI는 속도에서 비교가 안 되죠."
최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손부한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모두 AI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불황일수록 고객에 눈 돌리는 기업들… 도구는 AI와 데이터
세일즈포스는 기업들이 고객관리, 마케팅, 영업, 협업을 효과적으로 하도록 돕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IT 인프라보다는 솔루션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 원조 기업이다. 세계에 약 15만개 고객을 두고 2024 회계연도에 전년보다 18% 늘어난 총 매출 314억달러(약 43조원)를 기록한 CRM(고객관리) 솔루션 1위 기업이다.
기업들은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을 이용해 다양한 소스에서 파악되는 고객의 취향, 구매 패턴 등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고객 맞춤 관리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으로 연결한다.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잠재 고객을 예측하고 마케팅 콘텐츠까지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경험 혁신'을 키워드로 삼고, 시장 흐름과 고객 행동을 실시간으로 읽어서 그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서비스'를 '고객감동'의 경지로 끌어올려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 최근 화두는 'AI와의 연결'"
1999년 설립된 세일즈포스는 2007년부터 영업 조직을 두고 국내 사업을 하다가 2019년 한국지사인 세일즈포스 코리아로 새롭게 공식 출범했다. 손 대표는 이때부터 6년째 세일즈포스 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HP, SAP, 아카마이 등 글로벌 IT기업에 몸담으면서 국내 기업의 디지털혁신을 뒷받침해 온 그는 2025년이면 IT업계 경력 40년이 되는 베테랑 기업가다.
세일즈포스가 내부적으로 업무와 솔루션에 AI를 도입한 것은 10년이 넘었다는 손 대표는 최근 자사 솔루션을 도입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묻는 게 'AI'라고 말했다.
그는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고객접점 자동화를 위한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게 'AI와의 연결성'이다. 앞으로 생성형 AI를 도입하면 어떻게 매끄럽게 연동해 쓸 수 있지를 궁금해 하는 것"이라면서 "LLM(대규모언어모델)이 준비돼 있는지를 물으면 대부분이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어떤 종류의 LLM을 선택하든지 연결해서 쓸 수 있도록 개방 전략을 편다. 기업 자체 LLM과도 연계되도록 돕는다.
손 대표는 범용 AI는 퍼블릭 형태로 가되 산업 현장에서 프라이빗 AI 형태로 갈 것으로 내다본다. 세일즈포스의 철학은 모든 형태의 AI를 끌어안고 고객과 연결하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 LLM 방향 대부분 정해"
20여년 전 인터넷 혁명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전 산업의 구도를 바꾸고 디지털 네이티브 기술기업의 부상을 가져왔듯이 AI도 인터넷에 필적하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손 대표를 비롯한 기업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손 대표는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도 기업들이 AI 투자를 놓을 수 없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고, 성패가 금방 나올 것이라는 점 때문"이라면서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은 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픈AI의 GPT-4,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의 라마-2가 주도하고 앤트로픽, 코히어, 미스트럴 등이 추격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어떤 LLM을 도입할 지에 대해 대부분 방향을 정한 상태다. 다만 변동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은 보안과 데이터 유출을 고려해 LLM을 내부에 설치하는 것을 검토한다. GPT-4나 제미나이를 쓰더라도 온프레미스(자체 구축형) 형태로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멀티모달 AI, 영업·고객경험에도 큰 변화 기대"
최근 선보인 구글의 제미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손 대표는 텍스트뿐 아니라 비디오, 음성, 이미지까지 다 받아주고 생성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의 진화 속도를 봤을 때 올해부터 빠른 곳은 AI로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 대표는 "2024년을 생성형 AI의 태동기로 봤는데 지금 속도로는 바로 성숙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코·입·귀 중 코만 빼고 다 디지털화됐다. 멀티모달이 되면 다음은 로보틱스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프로그래밍과 텍스트로 로봇에게 지시하는 것과 말로 지시하는 것은 180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에 말로 지시를 하고, 특정 고객사의 이름을 대면서 어떤 영업 기회가 있을지 알려달라고 하면 말로 해주는 식이다. 가전회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바로 고객이 누구인지 알고 구매한 제품 리스트가 뜨면서 냉장고의 문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문 이미지를 함께 보면서 고객응대가 가능해지는 식이다."
세일즈포스 코리아는 글로벌 전체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객은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과 스타트업까지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손 대표는 "최근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관리·분석·활용하도록 돕는 고객 데이터 통합 솔루션인 '데이터 클라우드'의 성장폭이 가장 크다"면서 "수많은 종류의 기업 내 데이터를 묶어주는 데이터 통합 솔루션도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위해선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준비하는 게 선행돼야 하니 AI와 데이터가 같이 맞물려 화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은 AI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2023년은 AI로 가기에 앞서 데이터 정비가 가장 뜨거웠던 해"라고 정의했다.
◇"세일즈포스는 AI CRM 기업"
세일즈포스는 2016년부터 자체 AI 기술 '아인슈타인'을 개발하고 자사 솔루션과 내부 업무에 적용해왔다. 소프트웨어 코드 생성에도 AI를 활용해 눈에 띄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고 있다. 손 대표는 "톱티어급 개발자들도 AI로 엄청난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이제 세일즈포스는 AI CRM기업"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LLM이 아니라 고객경험과 임직원의 업무경험 혁신에 AI를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업툴인 슬랙도 음성으로 소통하면 또 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다. 멀티모달이 가져올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일즈포스는 대표적인 협업툴 기업인 슬랙을 인수해서 국내 슬랙 사업도 세일즈포스 코리아가 하고 있다. 앞선 기업들은 AI뿐 아니라 진화한 협업툴을 이용해서 문화를 바꾸고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생성형 AI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오픈AI다. 오픈AI 직원들은 이메일을 안 쓴다. 대신 모든 소통을 슬랙으로 한다. 직원들에게 뭔가를 알리거나 업무적인 논의를 하는 게 전부 그 위에서 이뤄진다. 이메일을 전송하고 읽을 때까지 기다리고 다시 답신을 받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오픈AI 직원들은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의 메시지에 좋다, 싫다, 그저 그렇다 등의 의미를 담은 이모지로 반응한다.
◇협업툴으로 속도와 문화 다듬는 기업들
손 대표는 "글로벌 AI 혁신의 숨은 공신이 슬랙이란 의미다. 하나하나가 다 천재급인 수백명의 개발자가 서로 호흡을 맞추고 협업하도록 묶어주고 소통을 도와 원팀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세미나, 워크숍을 통해 혁신경험을 전파하고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기업들이 글로벌 행사에서 네트워킹과 홍보활동을 하도록 돕고 직접투자도 올해만 해도 수차례 IR 피칭과 코칭을 진행했다. 기업들이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활용해서 성장하는 것도 돕는다.
2025년이면 IT업계 경력 40년이 되는 손 대표는 "그동안 경험한 것들을 돌려주고 전수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안 좋고 불확실성이 많을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업의 기본이 뭔지 찾고, 창업할 때 무엇을 꿈꿨는지 돌아보고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걸 찾으면 길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어려운 때일수록 고객의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고객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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