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폭발적 인기 견인한 연예계 최고의 투잡러 이이경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지난 13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속 한 장면. 이날 방송은 배우 김석훈과 함께 하는 '어떤 하루' 파트 2 특집으로, 김석훈과 함께 서울 남대문 시장으로 향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소개됐다. 유튜브 채널 '쓰레기 아저씨'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김석훈의 특집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남대문의 민심은 '놀면 뭐하니?'의 멤버 이이경에게로 향했다.
이이경이 주목받은 것은 '쓰레기 아저씨'가 아닌 '쓰레기 남편'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이이경의 모습을 보며 저마다 "나쁜 놈, 나쁜 놈"을 되뇌며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쳤다. 흔히 드라마가 방송될 때 그 인기의 척도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시장을 꼽는다. 드라마의 바닥 민심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곳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이경이 출연 중인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는 인상적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으로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시청률은 1회 5.2%로 시작하더니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해 최근 방송된 지난 16일 6회 방송은 7.8%까지 치솟았다. 1회부터 아내에 대한 폭언과 폭행, 암 투병 중인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편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살해당하는 과정은 월화 미니시리즈라고 보기에 쉽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회귀물', 즉 인생의 2회차로 돌아가 자신을 죽게 한 상대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하는 서사는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당겼다.
당연히 복수극은 복수가 살아야 한다. 그리고 복수가 살아나려면 복수를 해야 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저지르는 악행이 두드러져야 한다. 이이경은 바로 이 작품에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의 남편이자 그가 인생 2회차로 돌아가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빌런' 박민환 역을 맡았다.
최근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가는 찬사 중 하나로 '은퇴작인 것 같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만큼 이이경의 연기는 끝 간 데 없는 악행으로 점철돼 있다. 박민환은 죽어가는 아내에게는 천인공노할 나쁜 짓을 저지르지만, 또 밖으로는 강지원의 친구 정수민(송하윤)과는 불륜관계를 이어간다.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 다소 코믹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그답게, 초반 강지원의 1회차 인생에서 가볍고 경솔한 그의 태도는 막상 아내 살해의 용의자로 체포될 당시에는 광기로 물든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이경의 내공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운동선수를 꿈꿨다가 실제 체대에 입학하기도 했던 이이경은 군에 다녀온 이후 연기를 마음에 품고 절박하게 경력을 준비해 왔다. 다채로운 경험, 특히 실패의 경험도 해봤기에 지금 TV에서 이이경이 보여주는 모습은 재기가 넘치기도 하지만 품이 넓다는 인상도 준다. 그런 면모가 가장 드러나는 상황은 연기와 예능으로의 자연스러운 상호전환이다.
2011년 단역으로 처음 TV에 모습을 드러낸 이이경은 '학교 2013' '하녀들' '태양의 후예' 등으로 입지를 다졌다. 2017년 '고백부부', 2018년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완연하게 이이경이라는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 됐다.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주연으로 부각하지 않았던 그의 주가를 높여준 것은 예능이었다.
그는 사석에서도 입담이 알아줄 정도로 높은 예능감도 갖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TV 예능에도 자주 등장하던 그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21년 방송된 '나는 SOLO'부터였다. 데프콘, 송해나와 함께 MC 3인방으로 활약한 이이경은 적재적소 출연자들의 감정을 짚어주는 멘트를 전하면서 감각을 드러냈다.
이후 '떡볶이집 그 오빠' '제로섬게임' '심야 괴담회 시즌 2' '용감한 형사들' '관계자외 출입금지' 등에서 고정을 맡았다. '놀면 뭐하니?' 역시 2022년부터 고정 멤버가 돼 출연 중이다.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있지만 조금 더 코믹한 부분을 강조해 예능에 적용한다. 그렇다고 마냥 망가지지는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처신을 선택하는 그는 '지능캐'에 가깝다. 채널A '뮤지컬 스타'에서는 단독 MC를 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닌 쇼 프로그램에서도 오롯이 무대에서 진행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2020년대 이후 배우보다는 방송인으로서 조금 더 무게추가 옮겨간 그의 활동축을 다시 배우로 가져오는 계기가 '내 남편과 결혼해줘'일지도 모른다. 그는 작품에서 그동안 예능에 출연하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연기영역에서의 열정을 분출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그를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에서 활약하는 예능인으로 보지만, 또 그의 눈빛이 대본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변하면 그에 맞춰 '아, 저 이는 배우였었지?'라고 생각하게끔 한다.
융합과 컨버전 즉 변환이 필요한 시대. 이이경은 두 가지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아우른다. 그에게 연기는 사뭇 진지해 보이기 위해 택한 분야가 아니며, 예능 역시 일회성 이벤트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광수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두 분야에 열심인 이는 찾을 수 없었다. 어떠한 면에서 이이경은 이광수의 여러 부문을 앞지르는 모습도 보여준다.
'놀면 뭐하니?'에서의 인기는, 그가 드라마로 얻은 새로운 캐릭터를 예능에서 적용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보여줬다. 생각을 해보자. 이이경이 아니라면 그런 그림을 대한민국에서 누가 또 따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이경은 연기와 예능, 둘 다에 진심이다. 그렇기에, 대중은 그 진심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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