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의 저출산·고령화 고민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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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이 최근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인구구조 변화 대응 관련 정책 연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고, 3년 전에는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하며 관련 조직을 확충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은이 주된 업무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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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이 최근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인구구조 변화 대응 관련 정책 연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고, 3년 전에는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하며 관련 조직을 확충했다.
한은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점은 희소식이다. 한은은 중앙은행이면서 ‘국내 최고 싱크탱크’ 중 한 곳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우수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저출산·고령화와 기후변화 모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지만, 정부의 대응은 기존의 정책을 재배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누군가 새로운 정책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은이 주된 업무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 씁쓸하다. 중앙은행의 주된 업무는 화폐를 발행하고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한국은행법에는 한은 업무의 목적이 ‘물가안정’(1조 1항)과 ‘금융안정’(1조 2항)으로 규정돼있다. 엄연히 따지면 한은의 업무는 구조개혁과 직접적으론 무관하다.
한은이 팔을 걷어부친 배경에는 정부 콘트롤타워 부재라는 각성이 있다. 2008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매년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이고 있으며, 저출산을 타개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처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대응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한은이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낸 뒤 1년이 지난 2022년에야 출범했다.
국회도 일을 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저출산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는 작년 10월 반년 만에 회의를 개최했다. 2022년 11월 여야가 합의해 작년 2월 출범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오는 5월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기후위기 대응 특위도 지난달까지 단 5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세계적인 투자회사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저서 ‘유일하게 기댈 곳’에서 민주적 책무를 지니는 기관들이 점점 더 기능 마비를 겪으면, 화폐를 발행하고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주 업무인 중앙은행의 역할이 비대해진다는 것을 지적했다. 곱씹어볼 대목이다.
중앙은행의 목표가 너무 다양하면 본연의 임무에 대한 성과가 부진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 등 책무를 가진 기관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한은까지 나서는 일을 더는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왕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나선 한은은 기존 다른 기관들의 모습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은마저 그저그런 성과를 내다 만다면 구조개혁은 정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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