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코로나 진단키트 유행 지난 거 압니다...” 장외시장보다 몸값 낮춘 오상헬스케어

배동주 기자 2024. 1. 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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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바이오 IPO로 재도전
공모 규모 줄이고 몸값도 낮춰
K-OTC 기준 시총만 3925억원
공모가 기준 시총은 최대 2100억원
진단키트 중심 매출 구조 약점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제조·판매하는 오상헬스케어가 뒤늦게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코로나19 대유행 특수를 누렸던 시기를 놓치고,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한 작년 6월에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최근 IPO 절차를 본격화했다.

원래는 2021년 상장을 노렸다. SD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5조원 넘는 몸값으로 상장한 시기였다. 다만 오상헬스케어는 과거 상장폐지 이력과 매출 지속성 불확실 등의 이유로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엔 공모주식 수를 최소화하고 기업가치도 낮췄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오상헬스케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생산 공장. /뉴스1

1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1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올해 첫 바이오 IPO 주자로 나섰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3000~1만5000원이다. 전량 신주로 99만주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공모금액은 129억~149억원, 공모가 기준 몸값은 최대 2116억원이다.

상장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내달 15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시행해 같은 달 23일 공모가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아울러 내달 말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일정으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3월 초 코스닥시장에 재입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장폐지 8년 만이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인포피아가 전신이다. 임직원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재무제표 의견거절까지 나오면서 상장 폐지됐다. 오상그룹이 인포피아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상장 폐지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당시 회계감사 담당법인이 전·현직 임직원의 횡령과 배임은 물론 오상그룹의 무자본 M&A 의혹도 제기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 상장 폐지됐다. 해당 사건은 당시 서울남부지검 수사로까지 이어졌고, 경영진 실형은 물론 이동현 오상헬스케어 회장도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오상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오상헬스케어 상장을 노려왔다. 인포피아 주주 상당수가 현재의 오상헬스케어 주주로 남아있는 탓에 상장 자체를 주주가치 제고의 수단으로 올려뒀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의 급성장과 동시에 상장을 추진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상헬스케어는 2019년 573억원이던 매출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2020년 258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자 이익미실현기업 특례, 이른바 테슬라 상장으로 코스닥 재입성을 노렸다. 하지만 경영진 횡령에 따른 상장폐지 이력과 실적 불확실성으로 미승인 통보를 받아야 했다. 상장 도전이 난항을 겪은 배경에 ‘오너 리스크’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상헬스케어는 이번엔 상장에 성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홍승억 대표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식으로 경영과 소유를 분리했다. 또 안종남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한상욱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오상헬스케어는 공모구조도 시장 친화적으로 짰다. 공모주식 99만주는 전체 상장 예정 주식 1410만4416주의 7.02%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오상(지분 37.99%)과 이동현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총 62.2%의 지분은 이번 공모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몸값을 낮췄다. 희망 공모가 범위 기준 오상헬스케어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834억원에서 2116억원이다. 이는 장외주식시장인 K-OTC에서의 현재 가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일 K-OTC에서 오상헬스케어 종가는 3만100원으로, 시가총액은 3925억원을 넘는다.

오상헬스케어 주가 추이. /K-OTC

오상헬스케어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SD바이오센서 등 진단키트 제조·판매 기업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릴 당시 IPO 과정에서 활용했던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여기에 더해 최대 47.91%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정했다.

PBR은 고정자산 비중이 큰 장치산업의 가치평가에 주로 사용되는 지표다. 작년 3분기까지 별도 기준 12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오상헬스케어는 PER 선택이 유리할 수 있었다. 비교회사에 포함된 바이텍메드만 해도 PER이 16배를 넘는다. 이 경우 조 단위 몸값도 가능하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랩지노믹스, 바디텍메드, 바이오노트, 수젠텍, 씨젠, 아이센스, SD바이오센서, 휴마시드 등을 비교회사로 이들의 평균 PBR(1.2배)을 자기자본에 대입해 3740억원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이를 주식 수로 나누고 최대 47.91% 할인율을 더한 게 공모가가 됐다.

NH투자증권은 약 1년 전 오상헬스케어의 비교회사인 바이오노트 상장도 주관했는데, 당시는 PBR 대신 PER을 적용했다. 앞선 예비심사 당시의 미래 실적 불확실성 문제를 피해 가는 동시에, 그간 진단키트로 축적한 돈(자본총계)으로만 기업가치를 매기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매출 대부분이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핵심 사업으로 높은 몸값에 상장한 SD바이오센서와 바이오노트만 해도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이들 두 기업은 PER 도출도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의 지난해 3분기까지 별도 기준 매출 3369억원 중 코로나19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6.3%에 달한다. 회사도 증권신고서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재무 실적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향후 재무 성장세는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헬스케어는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경쟁력 확보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연구 기자재 구입과 인력채용 등 연구개발(R&D)에 25억원을 투입하고, 21억원은 해외 진출을 위해 임상과 인허가 등에 활용한다. 아울러 생산시설 교체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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