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준 교수 “삼성전자, 1등에 안주하다 쫓기는 입장”... 초격차는 사라졌나
국내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과)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대해 1등에 안주해 경쟁자들에게 쫓기는 형국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권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전자는 불과 6-7년 전만해도 이른바 ‘초격차’라는 수식어의 사용권을 독점해도 된다고 자부할 정도로 기술력에서든, 원가 경쟁력에서든, 어쨌든 반도체 제조업에서만큼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회사”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중국과 일본의 후발 업체에 쫓기는 입장”이라고 적었다.
권 교수는 특히 최근 AI 반도체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 삼성전자는 HBM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하이닉스는 DRAM에서의 삼성 대비, 후발 주자이자 2인자로서, 적절한 포지션이 주는 장점도 있었지만, 그 2인자 포지션은 삼성이 잘 안 하는 영역에 대한 탐색을 허용할 근거됐다. 초기에는 하이닉스에서도 굳이 물량 희생해 가며 시장도 불확실하고 공정 비용도 더 비싼 HBM을 하는 것에 대해 내부 반대도 있었으나, 결국 2016년 이후, 딥러닝을 위시로 AI가 광풍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이 판단은 제대로 먹히기 시작했고, 하이닉스는 이제 적어도 HBM에 대해서라면 삼성을 2인자로 내려 앉게 했다”고 분석했다. D램 2인자 SK하이닉스가 HBM에 모험적인 투자를 했고, AI 광풍과 맞물리면서 HBM 영역에서 1인자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HBM은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현재 비율은 10% 내외로 아직 작지만, 이 시장 점유율 1위는 SK하이닉스다.
권 교수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갑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엔비디아와 협업을 논의하면서 “SK하이닉스는 HBM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협업이 착착 진행되지만,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협업은 계속 성능 테스트에서 무산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아파트 공법 변경에 이를 비유하면서 “아파트 자체(삼성전자의 메모리 기술력)는 문제가 없는데, 엘리베이터가 한 대 밖에 없고, 그마저도 느리며, 그마저도 짝/홀수 층 나눠서 타야 하고, 그마저도 간혹 멈추거나, 그마저도 전력을 훨씬 많이 소모하거나, 그마저도 문이 한 번 닫히고 열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굉장히 사용하기 불편해지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하루에 수백 번 회사에 출퇴근 해야 하는 젊은 주민들이 살아야 하는 아파트를 만들어야 하는 요구를 맞닥뜨린 것이고, 엘리베이터는 물론, 엘리베이터 제어 알고리즘, 엘리베티어 장력, 엘리베이터 여닫이 문까지 모두 다 다시 설계하고 테스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했다. 과거엔 별볼일 없던 엔비디아와 고객사들의 요구를 철저히 맞춰서 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AI 반도체 2인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하는 것은 적어도 AI 반도체에 대해서는 갑의 위치를 다 잊어 버리고 철저하게 을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패키징을 예전의 전공정-후공정으로 나누던 시절 소홀히 하던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것, AI 반도체라도 같은 AI 반도체 자체가 아니라 작동 알고리즘에 특화된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에 대해 맞춤형으로 모듈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주문하면서, 과거 일본 반도체가 한국에 패권을 내줬듯이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패권을 내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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