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기를 좇았던 적 없다"…박서준, 연기의 진심
[Dispatch=정태윤기자] "박서준이 한대?"
강은경 작가는 박서준의 캐스팅 수락 소식에 놀랐다. 몇 번을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는 731부대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잔인한 악행을 되짚었다. 한류 배우가 선택하기엔 망설여질 거라 생각했다. (이미 여러 번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서준은 달랐다. 흔쾌히 OK를 외쳤다. 오히려 강 작가의 반응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인기를 좇아서 살았던 사람도 아니고…. 한 번도 (인기를) 걱정한 적은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죠." (이하 박서준)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 "두려움이요?"
박서준은 JTBC '이태원 클라쓰'(2020년)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현지에서 '롯폰기 클라쓰'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이야기인 만큼, 한류 배우로서 고민도 있었을 것. 그러나 박서준은 일말의 걱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저는 한 번도 '이 작품으로 반등할 거야!'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 드라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부끄러운 역사도 아니고요."
'경성 크리처'를 선택한 이유에 '인기'는 없었다. 그저 작품이 좋았고,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시대극과 크리처의 조합이 신선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의 용기 있는 선택 덕분일까. '경성크리처'는 예상외로 일본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까지 올랐다.
"일본에서도 모티브가 된 사건에 대한 구글링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콘텐츠의 힘이 커져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배우로서 큰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혹평도 있었지만…."
장태상은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기의 안위만 챙긴다.
그러나 토도꾼 윤채옥(한소희 분)을 만나 변화한다. 억울하게 고통받는 조선인들을 돕는다. 능글맞기만 하던 모습에서, 헌신과 희생하는 인물로 변모했다.
(사실) 초반, 혹평도 있었다. 장태상을 너무 가볍게만 그리지 않았냐는 것. 박서준 역시 캐릭터를 설정할 때, 고민했던 지점이었다.
역사적 분위기에 따라가야 할까, 아니면 태상의 성격을 살려야 할까. 첫 촬영부터 전기 고문을 받는 장면이었다. 상황에 맞는 무거운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정동윤 PD는 고개를 저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태상이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재촬영을 요청했다.
그때부터 캐릭터를 다시 잡았다. 박서준은 "태상의 위트 있고 자유로운 모습이 나왔을 때, 후반에 변화의 폭이 크게 느껴질 것 같더라"며 "정도의 차이를 미세하게 설정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드라마의 전체적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그래서 태상이와 갑평 아재(박지환 분)가 호흡기를 달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초반에는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했고요. 시즌2까지 보시면 충분히 설득될 거라 믿습니다."
◆ "시즌2, 전혀 다른 맛"
'경성크리처'는 크리처물이라는 외피로 감싼, 우리 역사의 이야기다. 박서준은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려 노력했다.
나월댁(김해숙 분)이 '그런 것(고문)을 당해본 적이 있냐. 그럴 땐 그냥 이야기해 버려라'는 말에 함께 눈물 흘렸고, 내가 독립투사였다면 어땠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시즌 1~2까지 2년 동안 찍었다. 긴 시간 촬영하며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꼈다. 뜨겁게 시작해서, 익숙해졌다가, 지쳤다가, 다시 끓어오르기도 했다.
박서준은 시즌2에선 '호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박서준은 "시즌1에서 속도감이 아쉽다는 반응을 봤다. 시즌2는 확실히 빠르다. 새로운 배우들도 등장할 예정"이라며 "예상 밖의 것들이 많이 나온다. 많이 다를 맛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좋은 평이든 나쁜평이든 피드백이 있어야 힘을 얻어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때 느꼈어요. 지난해 여러 작품이 공개되고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을게요."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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