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임금개편 ‘공감대 찾기’ 시급… 노사정, 수시로 만나 논의”

정철순 기자 2024. 1. 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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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대법, 근로시간 주단위 계산
노동계 건강권 우려는 당연
사회적 대화로 협의점 찾아
경사노위 본회의 조속 개최
시장 이중구조 점점 굳어져
하도급 거래·상생협력 관련
상생임금위 권고안 낼 예정
육아휴직 1년 6개월로 연장
중기 대체인력 뱅크 확대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사정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 사안 조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유보했던 근로시간 제도 개선에 재차 불을 지피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노동개혁 과제들이 올해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협의로 진행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사정이 생각과 입장이 다를지라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위에 대화가 진행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개혁 추진 방식이 정부 주도에서 노사정 대화로 바뀌면서 다양한 셈법이 격돌하는 ‘용광로’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회 입법을 위한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장관은 특히 노사정 대화를 ‘역동적’이라고 표현하며 지난해에 이어 재차 추진되는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현재 경사노위 본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노사정이 수시로 만나 대화 의제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다. 사회적 대화는 역동적인 것이며, 노동계·경영계 모두 각자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노사정이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협의점을 찾는 단계다. 사회적 대화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중지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경사노위 본회의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연장근로 시간을 ‘주 단위’로 계산하는 판례를 내놨다.

“대법원 판례와 관련 노동계는 건강권을 우려하는데, 그것은 이미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안 권고문에 다 있었다. 그것을 제도 내로 끌어들여 휴식권을 보장한다고 했는데, 당시 노동계는 그것에 반대했다. 오히려 대법원 판례에는 건강권에 대한 내용이 없다. 노동계에서 이걸 하자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근로시간 경직성 개선이나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현장 노사의 공통된 수요가 있는 만큼 경사노위에서 머리를 맞대고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실천적 방안을 찾아갈 것이다.”

―근로시간 개편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중구조’란 단어에서 보듯 우리 노동시장은 양극화가 ‘구조화’됐다. 갈수록 공고화되고 격차는 커지고 단절돼서 하층에서 상층으로 이동이 안 되고 있다. 조만간 상생임금위원회에서 권고안을 낼 것이고, 핵심은 임금체계 개편과 공정한 하도급 거래, 상생협력을 위한 지원책, 노동 이동성 강화다. 이중구조를 흔히 ‘12대 88’이라고 이야기한다. 12%에 해당하는 대기업·정규직·유노조는 두껍게 보호받고 있는 반면 나머지 88%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임금과 복지, 교육훈련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 현대판 반상(班常)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조선업 상생협력 모델부터 현장에서의 협력 방식을 강조했다.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중층적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조선업의 경우, 원청과 1·2·3차 밴드의 이익이 공통된 면이 있다. 모여서 이중구조 해소 과제를 뽑아 단계별로 할 것을 정리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여기서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데 중앙 단위 경사노위가 있고 지역과 업종 단위, 현장 단위에서의 대화도 있다. 현장에서 다양한 대화·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올해는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대거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원·하청,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연대를 확산하기 위해 대기업이 2·3차 협력사 근로복지 개선을 위해 마련한 재원에 예산을 매칭 지원하는 ‘상생연대 형성지원’ 사업을 신설했다.”

―지난해 노동개혁의 주요 방향은 ‘법치’였다, 올해 방향은 무엇인가.

“지난해는 노동개혁의 1단계, 즉 개혁의 원년으로 노사법치 확립을 통해 현장에 법을 지키는 의식과 관행을 확산시키는 성과가 있었다. 올해는 2단계로 개혁을 착근시키는 해다. 노동시장의 법과 제도를 다양한 가치의 조화 가능성과 제도 간 정합성 등을 고려해 개선하는 노력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노동시장 제도 개선 과제는 근로자의 삶과 일자리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사회적 대화가 필수다. 향후 노동시장 제도 개선에 있어서는 △노사의 권리와 책임을 모두 국제적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전성을 강화하는 ‘공정·유연·안전성’ △산업구조의 전환 및 노동환경의 변화, 고용형태의 다양화, 경제 규모의 발전 등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제도를 바꾸는 ‘규범의 현대화’ △노사가 대등한 균형 관계를 통해 적절한 타협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안이 유보되면서 ‘법치’가 부각된 면도 있다.

“노동개혁에서 법치를 두고 ‘법치가 무슨 개혁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법치가 전부’라는 사람도 있다. 개혁을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종합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개혁은 제도 개혁이 중요하다. 제도 개혁은 의식과 관행의 변화로 가야 한다. 법치는 모든 것의 기본이고 출발이 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한국의 노사관계를 평가할 때 제도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고, 전투적인 관행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사 간 힘의 대등성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려 한다. 의식과 관행을 바꿔야 하는데, 그 출발은 법치다.”

―이중구조와 관련한 상생임금위의 권고문은 언제쯤 발표되나.

“노동시장 내 임금 격차, 이중구조 해소에 대한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조만간 권고문을 마련·발표할 계획이다. 임금체계 개선과 역동적이고 활력 있는 노동시장, 고용 취약계층 보호, 상생협력과 공정거래 등에 관하여 권고문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생임금위의 권고에 대해 노사정이 함께 다양한 후속 논의를 지속해 주기를 기대한다.”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 사회다, 올해 고용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일하는 부모의 육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간 확보’와 ‘소득 보전’이 핵심이다. 일하는 부모들이 ‘다 함께, 더 쉽고, 더 많이, 더 편하게’ 육아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4000억 원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인 2조5000여억 원으로 편성했다. 우선 육아휴직의 경우, 부모 모두가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사용 시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연장할 계획이며, 부모가 동시 또는 번갈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처음 3개월간 각 육아휴직급여를 지원하던 ‘3+3 부모육아휴직제’를 각각 6개월로 확대해 월 450만 원까지 지급하는 ‘6+6 부모육아휴직제’로 확대 개편했다.”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모성보호제도 활용자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근로자 10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수(2022년 기준)는 대기업 13.7명, 중소기업 6.9명으로 업무 공백 우려와 동료의 눈치 등으로 중소기업에서의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정부는 눈치를 보지 않고 모성보호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업무 공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권역별 대체인력뱅크를 3개에서 5개로 확대하고 산업단지 등 중소기업 밀집 지역을 타기팅해 제도 활용을 확산시키겠다. 또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있을 수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근로감독과 모성보호 신고센터를 통해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단할 방침이다.”

―올해 청년 일자리 정책 방향은.

“정부는 그간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을 단순 재정지원에서 노동시장의 참여를 촉진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전면 전환했고, 특히 청년의 경우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직업훈련 등 고용서비스 중심으로 지원해왔다. 올해는 작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청년의 상황과 수요를 고려해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취약 청년의 선제적 지원을 강화하겠다.”

이정식(왼쪽 네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왼쪽 다섯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인천 서구 인천표면처리센터에서 열린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세기업 40만곳, 안전진단 지원 못 받아… 중대재해법 유예돼야”

정부부처 합동 1.5조 재정투입
취약기업 대상 역량 강화 실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오는 27일로 다가왔다.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법 유예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반면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 내 안전 위험을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 유예가 되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사업장 수만 83만7000개에 달한다”며 “정부는 지난 2년간 법 적용에 대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교육·기술지도에 집중해 약 45만 개소를 지원했지만 모든 사업장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적용될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장관은 “(지난 2년간 지원을 받지 못한) 40만 개의 영세기업의 안전 역량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 유예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1조5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최초로 84만여 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노사가 원한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사업을 신설하는 등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 역량 강화에 역점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를 들어 조속한 법 시행을 강조했고, 경영계는 법 적용에 앞서 준비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해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법 유예와 관련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지원방안 수립 △2년 후 반드시 시행 등 ‘3대 조건’을 내걸며 ‘조건부 동의’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과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등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이미 사과했고, 지난해 말 지원대책도 발표했다. 이 장관은 “경제단체들도 정부 대책에 적극 협력하고,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등 야당이 요구하는 3대 조건이 모두 달성됐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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