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널 믿고 의지한다, 1달 못한 거 신경 쓰지 마…” 영웅들 28세 에이스가 ‘이 선수’에게 이런 말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선수가 따로 불러서 얘기해주니까 놀랐죠.”
키움 히어로즈는 본격적으로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안우진(25, 사회복무요원) 없는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다. 이정후는 완전히 떠난 선수고, 안우진은 2025년 9월에 소집해제 되지만, 내년까진 역시 없는 전력이다. 그리고 2028년 이후 메이저리그에 갈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제2의 이정후와 안우진이 하루아침에 못 나온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때까지 기둥을 세우고 팀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 키움 마운드에는 놀랍게도 외국인투수에게 그런 기운이 보인다. 주인공은 올 시즌 에이스로 활약해야 할 아리엘 후라도(28)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키움 유튜브 채널 큠튜브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기 2탄을 공개했다. 이정후가 브이로그 방식으로 3주간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고, 키움은 15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오픈했다. 몸은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마음은 영원히 히어로즈맨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키움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이정후가 2023시즌 초반 후라도와의 에피소드를 털어놔 눈길을 끈다. “후라도가 처음 왔을 때 생각 난다. 내가 처음에 잘 안 됐을 때(시즌 초반 타격폼 변경으로 슬럼프) 갑자기 한달 정도 지난 시점에 날 불렀다”라고 했다.
후라도는 이정후에게 “니가 캡틴이라며. 나이는 어리지만 우린 다 너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 너만 바라보고 있다. 니가 힘든 것을 알겠는데, 나도 옆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니가 잘 하는 거 모든 사람이 안다. 너는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너의 애버리지로 끝날 거다”라고 했다.
후라도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아드레안 벨트레를 통해 들은 얘기라고 했다. 이정후는 웃으며 “유일하게 (바로)알아들은 게 벨트레”라고 했다. 후라도는 “시즌은 6개월이다. 3개월만 잘 하면 네 애버리지가 나온다. 그러니까 한 달 못한 걸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너에겐 5개월의 시즌이 남아있고, 5개월 중에 3개월만 잘하면 어차피 네가 매년 거둔 성적이 나올 텐데 한달은 너에게 있어서, 어차피 타자는 아웃이 더 많이 된다. 그 아웃을 미리 많이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이다. 내가 도와주겠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후라도의 진심어린 위로를 돌아보며 “그게 생각이 난다. 놀랐다. 그렇게 외국인선수가 따로 불러서 얘기해주니까”라고 했다. 이정후의 얘기를 듣던 국내 에이전시 직원도 놀라워하며 “후라도가 참 순진한데 그런 말도 할 줄 아네”라고 했다.
후라도도 당시 KBO리그를 1개월 겪은 시점이었다. 외국인선수 신분의 그도 KBO리그에 적응을 마치지 못했는데 슬럼프를 겪던 간판타자에게 조언과 위로라니. 후라도는 단순히 자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홍원기 감독도 시즌 도중 후라도의 마음이 넓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다.
후라도는 지난 시즌 30경기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2.65로 맹활약했다. 에릭 페디(31,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강렬한 외인 에이스가 많아 티가 덜 났을 뿐, 후라도도 정말 잘 던졌다. 팀 전력이 약해 승운이 따르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호투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6.03으로 리그 6위였다. 페디(7.29)에 이어 외국인선수 전체 2위였다.
150km대 초반의 빠른 공이 있는데 의존하지 않는다. 포심과 투심이 20%대 후반이었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10% 후반의 비율로 구사했다. 다양한 공으로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다. 안우진이 없는 올 시즌, 굳건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키움도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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