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이시우, ‘아산 백호’는 늘 목마르다[스경X인터뷰]
배우 이시우와 만나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뇌리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그가 말한 두 개의 단어였다. ‘한계’ 그리고 ‘갈증’. 이 두 단어는 지금의 배우 이시우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다.
2017년 처음 연기를 시작해 불과 3년 만에 TV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고, 5년 만에 단막극 주연을 맡았으며 심지어 6년 만에 배우 김서형과 호흡을 맞추는 주연으로 자라났지만, 그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은 끝이 없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이 이시우를 설명하는 단어도 역시 그 두 단어를 객관화한 ‘열심’이라는 단어다.
“이명우 감독님을 처음 뵐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보통은 오디션을 보고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는데, 앞으로 배우로서의 고민 이야기를 30분 동안 했어요. 그렇게 배우로서 고민을 들어주시는데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갈증이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확신을 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아산 백호’ 정경태 역을 연기했다. 1989년을 배경으로 충남에서는 싸움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실력자였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난 장병태(임시완)에 자전거 접촉사고(?)를 당한 이후 기억을 읽고 부여농고에 전학 온다. 그 사이 병태는 비슷한 이름 때문에 학교의 ‘짱’이 돼 있고, 경태는 병태와 친하게 지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오자 학교에는 처절한 복수의 바람이 분다.
“절대 악을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보시기에 따라서는 순수하고 착해 보이기도 하지만, 버스에서 앞자리에 다리를 올리고 먹던 음식을 버스 밖으로 던지는 것도 인물의 본질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는 호랑이가 사냥하기 전에 주는 긴장감을 떠올렸어요. 원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감독님의 요구로는 경태가 병태를 대할 때는 갖고 노는 분위기를 가질 거라고 해주시더군요.”
경태로 인해 병태의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은 처절하게 망가졌고, 그는 병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다. 경기도 안양 출신으로 따로 충청도 사투리와 연이 없었고, 싸움 역시 해본 적이 없었지만, 집 앞에 있는 원동기 면허장에 가서 따로 오토바이도 배우는 등 열심히 배역에 몰입했다. 특히 1999년생, 촬영장에서는 막내뻘이었지만 형뻘, 누나뻘 배우들이 모두 그를 동년배로 받아줬다.
“저희 촬영장이 연령대가 다양해요. 1987년생부터 1999년생까지 있는데, 제가 원래 말을 잘 못 놓는 성격이에요. 형들이라 더했는데, 형들이 고맙게도 말도 먼저 놓으라고 해주고 호흡을 재미있게 받아주시더라고요. (임)시완 형님의 부담되지 않는 조언, 동갑내기 혜원의 응원, (이)선빈 누나의 편한 분위기가 좋았죠.”
부여농고 ‘아산 백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시우도 활발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노래 부르고, 피아노치고, 운동하고, PC방 가는 일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었다. 성격이 의외로 내향적인 부분이 있어 이모의 소개로 연기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JYP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돼 연기를 시작했다. 학교생활과 연기를 병행하며 점점 빠져가던 그에게 2023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소년시대’보다 먼저 방송된 ENA ‘종이달’에서 김서형이 연기한 유이화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학도 윤민재 역을 맡게 된 것이다.
‘처음이니까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와 눈빛을 잘 보고 따라가자 싶었죠. 물론 부담을 품고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재미있게 도움을 받았어요. 정말 모든 게 처음이었거든요. 잘모르고 혼자서 그렇게 뚝딱댄 것 같아요. ’종이달‘을 기준으로 연기가 더 궁금해졌어요. 제가 배우로서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의 마냥 열정이 있는 모습에서 올라선 게 아닌가 싶었죠.“
연기의 관심은 마치 연기와 연애에 빠지는 것처럼 순수한 집착을 낳았고, 그는 남모르게 하나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모니터링을 중독처럼 하고,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가 늘 긴장되는 일이었다. 물론 긴장한다고 해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늘 잘하고 싶은 열망에 무엇이든 채우고 싶어하는 열의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난해는 정말 꿈같았어요. 그만큼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책임이 따르는 일이니까요. 장점도 재능도 분명히 있겠지만, 저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 한 해였어요. 현장에서 저를 만들어주려고 하셨던 분들이 떠오르고, 늘 그 생각으로 꽉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니까 힘들고, 좋아하니까 힘들다. 애정이 없다면 아픔도 좌절도 실망도 따라오지 않는다. 지금 이시우의 모습은 연기라는 존재에 깊은 짝사랑에 빠져 열병을 앓고 있는 소년의 모습과도 같다. 열꽃이 피어오르던 피부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이 열병을 거치고 난 이시우의 모습은 얼마만큼의 항체를 갖고 발전할지 지금은 예단할 수 없다. 그저 열병에 빠진 그 모습이 흐뭇할 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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