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FA컵 우승+AG 금메달’ 고영준, “유럽? 어디든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정지훈 기자 2024. 1. 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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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포항]


“영화로 만들 법한 제 스토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좋은 영화의 스토리는 대중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 특별한 요소가 안에 녹아들어있을 때가 많다. 축구도 똑같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만들어냈던 ‘캄프 누의 기적, 리버풀이 작성한 ’이스탄불의 기적‘ 그리고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우승과 득점왕의 역사는 대중적이다. 하지만 추가시간에 2골을 넣어 역전하고, 0-3 경기를 극복하고 우승했고, 아시아인 역사상 첫 번째 득점왕이라는 특별한 요소가 있기에 더욱 영화 같은 스토리처럼 다가온다.


포항에서 자란 고영준 역시 자신의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성장한 선수가 1군에 데뷔해, 데뷔골로 구단 통산 1800번째 득점을 만들어내고, 주전으로 올라서서, 구단 창단 50주년에 트로피까지 선물하는 스토리는 유럽에서도 흔하지 않다.


성골 유스가 주전으로 등극하는 스토리는 대중적이지만 10년 동안 트로피 갈증이 심하던 포항에 창단 5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트로피를 선물하는 건 매우 특별하다. 돈으로 우승을 만든다는 현대축구의 흐름을 역행해버린 포항의 일원으로 해낸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고영준은 2023시즌 포항의 FA컵 우승을 정의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Q.포항에서 커서, 데뷔하고,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꿈이 현실이 된다는 느낌은 어떤지 궁금하다


어릴 적에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된 모습을 생각을 해보면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에요. 하지만 이제 시작이죠. 지금까지 잘해왔고, 생각한 대로 잘 이루어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고, 이제는 더 높은 목표가 있으니까.


Q.영화화될 법한 스토리의 완성인 FA컵 우승, 언제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제주 유나이티드랑 만난 FA컵 4강. 승부차기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도 간절했어요. 제가 승부차기를 차지도 않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못 넣는 사람한테도 절대로 뭐라고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호재 형이 마지막 승부차기 넣고 이기는 순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던 것 같아요.


Q.그토록 간절했던 FA컵 우승 후에 SNS를 보니까 고정 게시글에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인가, FA컵 우승인가?


SNS와는 상관없이 아직도 FA컵 우승이에요...그때가 진짜 행복했어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울컥하지는 않고 마냥 기뻤는데 FA컵은 결승전 종료 휘슬이 불리니까 울컥해서 감정이 좀 올라왔어요. 팀을 향한 애정이 너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Q.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론이 긍정적이진 않았다. 선수들도 분위기를 알고 있었을 텐데 내부에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최종명단이 나오고 창원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연습 게임에서 잘 안 맞아서 걱정 많았어요. 근데 주장인 (백)승호 형이 ‘여론 다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감독님, 코칭스태프까지 다 하나로 뭉쳐서 우리 것만 하자’고 했죠. (FFT: 언제부터 선수들끼리 호흡이 좋아졌는지?) 예선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뒀을 때부터 선수들끼리 맞았죠. 선수들끼리 점점 친해지면서 좋은 결과가 있었어요.


Q. FA컵 4강 제주전 승부차기처럼 금메달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는지?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2-1로 이겼을 때요. 작년에도 또래랑 평가전을 했었는데 1-1로 비겼거든요. 정말로 좋은 팀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을 4강에서 이기고 나서는 일본은 무조건 이길 거니까 우승할 수 있겠다고 느꼈죠.


Q.한일전 필승을 다짐했지만 고영준은 한일전과 안 좋은 추억이 적지 않다. 이번 결승전도 77초 만에 실점했다. (A매치 한일전 0-3 패, 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한일전 0-3 패)


작년 동아시안컵 때도 국가대표로 보고 있었고, U-23 아시안컵에서도 져서 솔직히 걱정 많이 했어요. 이번에도 선제골 먹히고 ‘오늘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경기를 계속하면서 좋은 흐름이 이어졌고, 역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우영이 형의 골이 너무 고마웠어요.


Q.금메달 이후 달라진 게 있을까?


저는 달라진 게 없는데 주변 시선이 달라진 것 같아요. 금메달 따고 포항시청도 가보고, 복지센터도 다녀오고 하면서 금메달리스트라는 게 체감이 확 되더라고요. (FFT: 금메달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나?) 제 물건만 있는 장식대 가운데에 있습니다(웃음).


Q.포항에서 데뷔하고, 짧았지만 국가대표팀도 다녀왔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냈다. FA컵 우승도 이뤄냈다. 다음 목표를 안 물어볼 수가 없다


국가대표랑 유럽 진출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축구 선수로서의 거의 마지막 목표이기도 해요. 너무 이루기가 어려워서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이뤄내려고 해보려고요.


Q.지난 3월에 ‘유럽 진출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가고 싶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을까?


국가대표 경기 보면 대부분 선수들이 다 유럽에서 뛰고 있어요. K리그에서 조금 잘한다고 발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다 좋은 선수들이에요. 스스로 경쟁력을 빨리 갖춰야 거기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믿어요.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발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FFT: 어떤 능력을 더 발전시키고 싶은가?) 마무리 능력이 안 좋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죠. 정말로 안 좋은 게 맞아서 더 발전해야 합니다. 피지컬 적인 부분도 있어요.


Q.유럽 진출 질문에 유럽 5대 리그와 바르셀로나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금도 똑같은가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어디든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FFT: 조규성 같은 도전을 말하는 것인지?) 덴마크 리그도 정말 쉽지 않은데 좀 안 좋게 보이는 것 같아요. 생소한 리그라서 그렇게 인식된 것 같은데 기회가 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2024년 12월의 고영준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가?


확정해서 말하면 유럽에서 자리 잡고, 국가대표팀에 있을 것 같습니다. (FFT: 클린스만 감독한테도 잘 보여야 한다.) FA컵 우승하고 메달을 주실 때 클린스만 감독님한테 가려고 했는데 순서가 안돼서 못 갔어요. 너무 아쉬웠죠(웃음)


포포투의 말:한국판 1-2월호에 담겨 있는 포항 스틸러스 고영준의 단독 인터뷰 중 일부를 전합니다. 전체 인터뷰 내용은 포포투 한국판 2024년 1-2월호에 담겨있습니다. 포포투 한국판은 스마트스토어(IF메가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ifmegastore)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인터뷰=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사진=홍예빈, 대한축구협회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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