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지금부터 준비를

한겨레 2024. 1. 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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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구조 대원들이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의 미사일 피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세상읽기] 장영욱ㅣ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또 해를 넘겼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관심도 시들해졌는지, 간도 쓸개도 빼줄 것 같던 서방이 내부 이견으로 인해 지원을 속속 보류하고 있다. 관심과 지원이 줄어든 와중에도 전쟁은 계속된다. 알려지기론 지금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매일 천명 이상 군인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일주일 전에도 러시아의 드론 폭격으로 인해 건물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점령한 영토를 돌려줄 생각이 없고,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내준 채로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어 당분간 전쟁으로 인한 물적, 인적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커질수록 전후 복구를 위한 비용도 늘어난다. 전쟁 발발 5개월 뒤인 2022년 7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향후 10년간 전후 복구를 위해 7500억달러(약 99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3월 세계은행이 제시한 복구비용은 약 4116억달러(540조원)로 우크라이나 정부안보단 적지만, 우크라이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두배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러시아의 공세가 진행되며 각종 인프라가 추가로 파괴되었기에 복구비용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에 대한 논의는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유럽연합, 세계은행 등과 함께 전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22년, 23년 두차례 열린 ‘우크라이나재건회의’에서는 59개 국가와 32개 국제기구의 대리인들이 함께 모여 재건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하였고, 9월엔 3억달러 무상원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20억달러 이상 장기·저리 차관 제공 등 포괄적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같은 달 민관합동재건협력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여 양국 공동으로 전후 재건을 위한 6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공항, 철도, 댐, 스마트시티 건설 등에 참여할 기회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재건은 인도주의적 의제인 한편 경제적으로도 매력적인 기회다. 전황이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전쟁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여 우크라이나가 다시 일어서길 돕는 동시에, 우리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다음 두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 이상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사회는 재건 프로젝트에 시설 현대화, 에너지 자립, 유럽연합 가입, 사회보장제 강화 등을 포함해 전 사회적 개혁을 도모하고자 한다. 서유럽의 2차 세계대전 뒤 재건 프로그램인 ‘마셜플랜’이 성공한 이유는 재원의 규모에 있지 않았다. 당시 미국이 제공한 지원 규모는 서유럽 국내총생산의 2.5%에 불과했지만, 지원에 수반된 공여 조건이 수혜국의 정치·경제 구조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시장과 정부개입 간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줘 전후 급격한 성장의 발판이 됐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역시 뿌리 깊은 부패와 불평등을 척결하고 미래에 적합한 친환경, 디지털 경제구조로 탈바꿈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서방 중심의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외교 및 경제 관계를 고려한 위험 분산도 필요하다. 자유, 민주,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 발맞춰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외교는 일차방정식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주도 사업에의 참여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현재 러시아에서 버티고 있는 기업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현재 복구 수요의 절반가량이 러시아 점령 지역에 몰려 있어 한쪽에만 집중할 경우 다른 쪽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대 정부의 논의는 서방과 우크라이나 중심으로 하되, 기존에 구축된 한-러시아 기업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여 러시아 점령지역 재건 참여 가능성도 타진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고,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 끝나면 복구에 막대한 자원이 쏟아부어질 것이다. 지금 방향을 바로잡고 준비해야 역사적인 전후 재건에 기여할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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