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이무생, 딱 '그러하구나'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4. 1. 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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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이무생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때론 사이코패스였다가 일본이었다가 이번엔 '집착광공' 재벌남이 됐다. 각 캐릭터 결이 너무나 다르지만, 이무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리는 차세음(이영애)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무생은 극 중 차세음의 옛 연인이자 UC파이낸셜 회장 유정재 역을 연기했다. 재력, 능력 다 갖춘 재벌로 차세음만 사랑하는 순정남을 연기했다.

이무생은 먼저 출연 과정에 대해 "감사하게도 역할을 제안해 주셨다.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지만, 반대로 이런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을 가진 캐릭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에스트라 이무생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이무생이 보여준 유정재는 차세음 한정 순정남이었다. 능력, 재력 모두 갖춘 재벌이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옛 연인 차세음에 대한 순애보를 가진 한 남성을 열연했다.

그는 "차세음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지점에서 '나랑 놀자'라는 대사도 와닿았다"며 "처음에는 사랑 방식이 과격하게 표현하는데, 점점 변해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건 차세음의 상황 변화에 따라 그를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는 것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으로 인해서 유정재도 한 단계 성장하지 않나 싶다"고 얘기했다.

유정재의 과격한 사랑방식은 자칫 집착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차세음을 향한 유정재의 순애보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 그의 사랑을 응원하는 반응이 커졌다. 이무생은 "지고지순함이 처음부터 표현됐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유정재에게 멀어질 수도 있었을 거다. '넌 내 거야. 내가 가질 거야'라고 했지만 차세음에게 중요한 건 음악이다. 유정재는 점점 '음악을 하는 차세음'이 사랑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 변해가는 유정재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무생은 차세음을 사랑하는 유정재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의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유정재는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걸 가진 사람이다. 자기가 원하기만 한다면 다 취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다. 오로지 차세음만 갖지 못한 사람이라 더 갖고 싶어 했을 거다. 그래서 또 음악에 질투를 느꼈을 거다. 하지만 근데 그거 역시 패착이었다. 그걸 깨닫기가 참 어려웠던 것"이라며 "차세음은 마지막 퍼즐 조각 같은 것, 행운이었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점이 유정재로서 연기하는 데 있어 재미로 다가왔다. 힘들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감정이 변모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났었다. 결국엔 차세음 바라기로서 마무리 짓는 것이 너무나 결말이 다행인 것 같다"고 웃었다.

마에스트라 이무생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이무생은 '마에스트라' 출연 이유에 배우 이영애와의 호흡을 꼽기도 했던 바다. "현장에서 천사였다.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너무나 행복했던 작업이었다"고 극찬했다.

특히 첫 촬영 장면과 마주 보며 눈빛을 나눴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무생은 "리딩날 바로 다음, 주차장에서 감정신을 촬영했다. 첫 촬영이었는데, 이영애가 아닌 차세음으로 있어주셨다.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너무나 중심을 잘 잡아주셨고, 자기 생각을 편하게 얘기하고 수용하며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첫 단추가 잘 꿰졌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극 중 유정재는 차세음이 결국 자신과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려 결심했다는 것을 알고 좌절한다. 쓰다만 편지를 발견하는 장면은 유정재의 상처를 보여주기도. 이를 연기한 이무생은 해당 장면을 떠올리며 "무너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지고지순한 유정재에서 다시 원래의 유정재로 돌아와 차세음을 다그치는데, 저는 한 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 부분들을 가감 없이 표현을 해봤다. 충분히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세상을 다 봐버린 듯한 눈빛으로 이영애와 눈빛을 주고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뿌듯해했다.

결말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이무생이다. 그는 "어떻게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유정재는 차세음의 래밍턴 검사 결과를 알기 때문에 차세음과 농담도 하며 해피엔딩을 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차세음에게 울면서 표출을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런 열릴 결말이 많은 상상을 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는 각자 열정과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감정들을 가감 없이 표현해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차세음은 음악, 유정재는 사랑, 김필은 미련, 이루나는 동경이었다. 그런 열정들이 뿜어져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옳든 삐뚤어져 있든 열정들이 뿜어져 나오는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에스트라 이무생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마에스트라'는 비록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하진 못했으나, 평균 4~5%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두터운 팬층을 모으기도 했다. 최종화에선 자체 최고 6.8%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무생은 주변 반응에 대해 "막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반응들이 너무 좋더라. 유정재도 참 재밌다는 얘기도 들었다. 애써 안 그런 척, 외면하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웃었다. 이어 "'차세음바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무생로랑도 너무나 좋아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차세음바라기'란 별명을 얻고 싶다고 했었기 때문에 '아싸 성공했다'는 기분이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무생로랑'다운 명품 정장핏으로도 화제를 모은 그다. 이무생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나름 스타일리스트와 준비했다. 초반엔 감독님이 '조금 더 해볼까. 조금 더 돋보여도 돼'라는 얘기를 하셔서 더 준비하기도 했다. 그게 더 유정재스러운 느낌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연결된 장면 말고는 같은 착장이 없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마에스트라 이무생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이무생은 '마에스트라' 외에도 '더 글로리' '노량' '시민덕희' '경성크리처' 시즌2에 출연하며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겹치는 캐릭터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한 그다. 작품 선택 기준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야기다. 얼마나 그럴듯한 이야기인지,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좋아한다"며 "어떠한 역할이든 저의 색깔, 저의 에너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제는 어떤 장르, 국한된 장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데뷔 18년 차인 이무생에게 연기는 여전히 '즐거움'이다. 원동력 또한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이무생은 "연기하는 것을 아직도 좋아하고. 현장이 너무 재밌다. 그게 다다. 재미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다. 그런 즐거움을 유지하고 싶다. 그게 가장 크다. 그 연기를 위해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인간 이무생이 아닌 그 역할이 내뱉는 대사로 이해됐으면 좋겠어요. '그러하다 연, 기술 기. 저만의 '연기' 한자표현이에요. 제 모토이기도 하고요. 뭔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 봤을 때 '그러하구나'란 느낌을 주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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