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탄탄할수록 증시는 뒷걸음…다이먼 "위기 2년 더"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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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빌=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이라크 이르빌에서 긴급 구조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된 쿠르드계 유명 사업가 페슈라위 디자이 집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디자이는 이란의 공습으로 가족과 함께 사망했다. 2024.01.17.

뉴욕증시가 예상보다 강력한 12월 소매판매 지표로 인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 멀어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던 미국 경제가 새해 들어서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조기 긴축완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거란 예상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94.45(0.25%) 내린 37,266.67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6.77포인트(0.56%) 하락한 4,739.21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88.72포인트 내려 지수는 14,855.62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 하락은 찰스슈왑(-1.34%)의 분기실적 악화와 월그린스(-3.06%), 캐터필러(-2.99%)의 약세 영향을 받았다. 반면에 신형 비행기 결함 문제로 주가가 최근 크게 하락했던 보잉은 1.27% 반등하면서 회복의 불씨를 살려냈다.

이날 12월 소매판매 지표가 전월비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국채시장의 수익률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멀어질 거라는 전망이 채권금리에 투영되는 것이다.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거래일보다 4bp 가량 상승한 4.1%대를 기록했다.
美 크리스마스에도 아낌없이 썼다
미국 동부지역의 한 쇼핑몰 /사진=임동욱 특파원
연말 쇼핑시즌이던 지난 12월 미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이 증가세는 꺾일 줄 모르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월비 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전문가 예상치는 0.2~0.4% 수준이었는데 이를 크게 웃돈 셈이다. 11월 증가율은 0.3%였는데 이보다 두 배 더 결과값이 높았던 것이다.

소매판매는 의류 및 액세서리 매장과 온라인 비점포 사업의 증가(1.5%)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매출은 같은 기간 3% 증가해 모든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당초 지난해 초 연말 전망은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인들의 소비추세가 꺾일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구매값을 늘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소매업체들도 지난해 말 성수기 시즌을 보냈다는 의미다.

12월에는 주유소(-1.3%)와 가구점(-1%), 건강 및 개인용품점 매출(-1.4%)은 다소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초까지 실컷 여행 등으로 소비한 미국인들이 연말에는 의류와 악세서리를 온라인 구매로 소비하면서 새해를 맞았다는 얘기다.

크리스 라킨 모건스탠리 투자 담당 전무는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예상보다 강한 소매판매로 인해 그런 입장을 바꿀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2월을 포함한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비 5.6% 증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간 3.4%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출 증가세는 인플레를 앞서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2월 CPI는 0.3% 증가해 소매판매 증가율보다 0.3%p 낮았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피했다"며 "팬데믹 기간 발생한 행동 변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성공적인 소매업체는 이 새로운 모델에 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기준으로 음식 서비스와 주점은 12월 매출이 정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1.1% 증가해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건강 및 개인 관리, 전자제품 및 가전제품 모두 10.7% 증가했다. 주유소는 6.6% 하락했다.
월가황제 다이먼 "위기 2년 남아…트럼프 정책 존중"
=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News1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이 앞으로 2년간 미국 경제가 세가지 큰 변수를 맞아 위험한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을 민주당이 존중하고 그를 따르는 유권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정치적 조언까지 내놨다.

다이먼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CNBC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홍해에서의 테러분쟁, 미국 정부의 양적긴축이 어떻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경기 연착륙 전망에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이먼은 지난 2022년부터 투자자들에게 양적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에 허리케인과 같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경제는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 영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유지하고 팬데믹 과정에서 쌓인 저축을 소비하면서 국내총생산(GDP)도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이먼은 이에 대해 "모든 것이 예상과 달리 좋아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분명한 실수"라며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모든 게 나아지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재정적인 통화자극(양적완화)을 너무 많이 받은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다보스에 참석한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도 치솟는 미국 부채 수준이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매우 걱정된다"며 "이것은 우리가 처리하고 고려해야 할 큰 위험 문제이지만 향후 6개월 내에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 이후에 문제가 될 것)"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정치적 조언도 내놨다. 올해 대선을 맞은 미국 정치에 대해 "민주당이 MAGA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 MAGA 공화당원이 미국 민주주의에 실존적 위협을 가한다"고 경고한 것에 따른 비판으로 해석된다.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의 가장 강경한 지지자들과 바이든이 당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 주류 공화당원들을 구별해야 한다"며 "MAGA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바이든의 선거 캠페인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MAGA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이 골수 우익분자들과 미국의 오랜 전통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립지대에 있는 미국인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먼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시절의 정책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그는 "한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나토(NATO)에 관한 것이나, 이민 문제에 대한 대처, 경제성장에 관해서는 트럼프가 옳았다"며 "무역관세 개정과 중국에 대한 대처로 (트럼프가) 맞았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그건 단지 애완용 돌덩어리와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며 우리가 비트코인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낭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이먼 회장은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은 현실이며 그것은 기술적인 것으로 돈을 데이터의 세계로 옮길 것"이라며 "그러나 12년 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그 기술의 사용은 아직 아주 작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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