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만 초음속기 보유했다고?···‘서울~뉴욕 7시간’ 초음속 여객기 부활한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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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록히드마틴, X-59 첫 공개
승객 44명 태울 수 있는 모델 개발
기체 앞부분 기수 ‘다트’처럼 뾰족
조종석 4K디스플레이로 전방 주시
지난해 12월 12일 록히드마틴의 스컹크 웍스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합작품인 실험용 저소음 초음속 항공기 X-59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활주로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록히드마틴
[서울경제]

미국과 러시아, 중국 3개국 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초음속 항공기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초음속 전투기의 최고 비행속력이 마하 2~3 이내인데 반해 극초음속(hypersonic)인 그 보다 2배 빠른 마하 5(1.7 km/s) 이상의 속력으로 비행해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고 적 목표물을 완벽하게 타격할 수 있어 현대전에서 ‘게임체임저’를 불린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극초음속 기술을 개발했고 이후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주로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위산업에 적용했다. 다만 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기 위해 초음속 여객기 개발도 병행돼 왔다. 1947년 NASA의 전신인 미국항공자문위(NACA)와 공군, 벨(Bell)사가 공동 개발한 ‘벨 X-1’ 로켓항공기는 13.9㎞ 고도에서 초음속 비행의 꿈을 이뤄냈지만 천둥소리 같은 폭발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1973년 저고도에서 초음속 비행을 금지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 처음으로 운항된 초음속 항공기다. 1976년에 취항해 음속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운항했지만 이착륙 시 소음과 너무 비싼 요금 등으로 상업 실패를 경험했다. 결정적으로 2000년 7월 단 한 번의 사고가 치명타였다.

파리 샤를드골공항을 출발한 뉴욕행 에어 프랑스 콩코드가 이륙 직후 폭발해 추락했다. 이에 승객과 승무원 109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가 아닌 것으로 판명났지만 1년 후 운항을 재개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콩코드를 타려고 하지 않았다. 2003년 5월 운행이 중단됐다.

대륙-대륙 이동시간 대폭 줄이는 가성비

초음속 여객기는 국가 간 이동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시대에 대륙과 대륙 사이의 이동시간을 짧게 줄일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비용과 편익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초음속기는 경우에 따라 엄청난 가성비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한동안 꺼져 있던 초음속 여객기의 불씨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여행 시간 단축에 대한 대중적 욕구와 기술 발전 덕분이다. 초음속 여객기의 부활을 위해 선봉에 선 건 NASA다. NASA는 ‘조용한 초음속 기술’(Quiet SuperSonic Technology)을 뜻하는 ’퀘스트(Quesst)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초음속 비행 및 소음저감 기술을 집약한 X-59를 개발해 왔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과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조용한 초음속기’가 공개됐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콩코드가 운항을 중단한 2003년 이후 사라졌던 민간 초음속 항공기 시대가 다시 열린다면 인류의 생활 반경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나사와 록히드마틴의 실험용 초음속 제트기 X-59가 공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NASA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지난 12일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웍스 시범 비행장에서 초음속기 ‘X-59′를 선보이고 향후 시험 비행계획 등을 발표했다. X-59는 소음은 대폭 줄이면서 음속보다 빠르게 비행살 수 있도록 설계돼 차세대 항공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팸 멀로이 NASA 부국장은 “개념으로만 존재했던 기술이 단 몇 년 만에 현실이 됐다”면서 “인류의 여행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 되는 것은 물론, 지리적으로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건은 초음속 항공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소닉붐(음속 폭음)’ 현상의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여부다.

소닉붐은 항공기의 속도가 음속(초속 343m)을 넘어설 때 발생한다. 항공기가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의 이동 속도를 추월하면서 소리가 겹치는 현상으로 발생한다. 그 결과 원뿔형 충격파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소닉붐이다. 초음속기 탑승객은 이를 들을 수 없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다. 예들 들어 콩코드의 경우 1만5000m 고도를 비행할 때 지상 100km 범위의 지역에서 소닉붐을 생성했다.

X-59 소음, 자동차 문 닫는 수준 75㏈

사실 항공기는 비행 중 주변으로 음파를 발생시킨다. 초음속 항공기는 발생한 음파보다 빠르게 비행하면서 전방의 음파를 압축한다. 이후 항공기가 이를 뚫고 지나가면 압축된 에너지가 거대한 치마 형태의 충격파로 방출돼 지상에 큰 소음과 진동이 전해지는 것이다.

1969년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한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는 비행 중 지상에서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나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 수준인 105㏈(데시벨)의 소음을 유발했다. 이런 탓에 일부 국가는 지상에서의 콩코드 비행을 금지했고 그 결과 콩코드의 비행 평균 속도도 갈수록 느려져 기대치 만큼의 가성비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에 선보인 X-59가 길이 99.7피트(30.4m), 폭 29.5피트(9m)에 첨단 기술을 적용해 조용한 초음속 비행(시속 1490㎞ 속도)이 가능하다. 시속 2150㎞의 콩코드보다는 느리지만 소음은 자동차 문을 닫는 수준인 75㏈(데시벨)로 크게 낮추는 기술적 발전을 이뤄냈다.

초음속기 XC-59의 조종석을 묘사한 그림. 전면에 창문을 대신한 증강현실 모니터가 있다. 사진 제공=록히드마틴

NASA와 록히드마틴 연구팀은 콩코드의 소음이 삼각형 구조의 큰 날개와 날개 밑에 붙은 거대한 엔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X-59의 구조를 설계했다. 기체의 앞부분인 기수는 ‘다트’처럼 뾰족하고 전체 길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길게 한 건 이런 이유다. 초음속 전투기 F-16과 비교하면 날개는 더 작고 길이는 거의 2배에 달한다.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동체 앞부분에는 작은 날개를 달아 균형을 잡으면서 전방의 압축된 공기를 분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X-59에 다른 비행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종석 전방 유리창도 없는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유리창으론 완전한 유선형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전방 유리창을 없애고 대신 외부 카메라를 장착했다. 항공기 앞쪽 상단과 바닥 아래쪽에 장착된 2대의 카메라와 연결된 조종석 내의 4K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방을 주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부비전시스템(XVS)이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모니터에 비행 관련 데이터를 함께 띄워줌으로써 조종사에게 증강현실 화면을 제공해준다. 비행기 바닥 아래쪽에 장착된 카메라는 착륙시 활주로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접이식 카메라다.

연합뉴스

X-59는 올 하반기 첫 시험 비행 이후 2026년까지 미국 일부 도시 상공을 비행하며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할 예정이다. 초음속 비행의 상업적 이용을 허가하는 데 필요한 소음 데이터를 미 연방항공청(FAA)과 국제 규제 기관에 제출한다. 이후엔 적합 판정을 받으면 X-59 모델을 승객 44명을 태울 수 있는 상용 모델로 개발할 계획이다.

밥 피어스 NASA 부국장은 “지상에서의 비행 테스트를 통해 X-59가 소닉붐 대신 부드러운 ‘쿵’ 소리를 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X-59의 소음 데이터를 규제 당국에 넘겨 비행 금지를 해제시킬 것”이라고 했다.

NASA는 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당국의 초음속 비행 금지와 관련한 규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소닉붐에 따른 소음 피해를 우려해 1970년대 초반부터 초음속기의 육상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초음속기엔 소음 말고도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2021년 NASA보고서에 따르면 초음속기는 일반 제트기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도 풀어야 할 숙제

미국의 환경단체 피어(PEER)는 빌 넬슨 나사 국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국제청정교통협회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초음속 여객기는 일반 여객기보다 승객 1인당 연료를 최대 9배 더 많이 쓴다”며 초음속 비행의 증가는 기후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약에도 초음속 여객기 비행 금지 규제가 풀려 X-59가 실제 비행에 나서게 된다면 비행 시간이 기존보다 절반 이상 단축된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 시간이 평균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단축된다.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도 약 13시간 걸리던 비행 시간이 6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현재 록히드마틴과 같은 방산 기업 뿐만 아니라 붐 수퍼소닉,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스타트업들도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 중이다. 2027년 첫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붐 수퍼소닉은 2022년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초음속 항공기 ‘오버추어’ 디자인을 이미 공개했다.

당시 블레이크 숄 붐 수퍼소닉 대표는 “세계 어느 도시든 100달러만 내면 4시간 안에 닿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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