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제3지대 빅텐트와 검은 코끼리

은현탁 기자 2024. 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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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신당이 4·10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힘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지대를 찾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만큼 제3지대 신당이 들어설 공간이 넓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당 추진 세력들은 '제3지대 빅텐트'라는 말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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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우후죽순, 총선 최대 변수
양당 혐오정치에 국민들 실망 커
빅텐트보다 이념과 가치가 먼저
은현탁 논설실장

제3지대 신당이 4·10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에서 이낙연 신당,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 '원칙과 상식' 신당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 정치사상 총선을 앞두고 이토록 많은 신당이 등장한 적은 없다. 그만큼 국민의힘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지대를 찾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제3지대 정당이 난립하는 이유는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양당은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만 몰두해 왔다. 정치 퇴행의 1차적인 책임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집권 여당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우파만의 대통령'으로 가두고 말았다. 여당은 대통령실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하다 보니 '용산 출장소'란 말까지 듣고 있다. 이러다가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게 바로 지난해 11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잘한 것도 없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를 방어하는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헌까지 고쳐 1인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했다. 이 대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엎었고, 선거제 개혁에 대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공당의 길을 포기하고 사당의 길을 가고 있으니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거대 정당에서 건전한 비판이 받아들여질 리 만무하다. 당 지도부와 의견이 다르면 '내부 총질하는 사람'이나 '수박'(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오죽했으면 공당의 대표까지 지낸 인물들이 나란히 탈당해 신당을 만든다고 할까. 양당 모두 검은색과 흰색만 있고 회색은 용납하지 않는 정당이 됐다. 그러다 보니 당내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도 자취를 감춰 버렸다.

총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거대 양당의 '못하기 경쟁'은 여전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년 전에 마무리해야 할 선거구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기존의 선거제마저 방치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주택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도 손 놓고 있다. 양당이 너무 못해서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희망이 되는 '웃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3명 중 1명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제3지대 신당이 들어설 공간이 넓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양당의 혐오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 사이에 제3지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당층이 모두 제3지대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신당이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기존의 정당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단순한 '반명 연대'나 '반윤 연대'로는 국민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선거제 개편, 권력 구조, 사회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기후 위기 등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지만 양당이 외면하고 있는 이른바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부터 다뤄야 한다.

신당 추진 세력들은 '제3지대 빅텐트'라는 말도 경계해야 한다.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몸집을 불리고 양당에 대한 증오만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1번과 2번이 싫으니 3번을 찍어라는 식이면 정치 발전이 없다. 이념과 가치에 대한 공감 없이 빅텐트를 쳐봤자 '떴다당' 같은 이미지로 비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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