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이 울었다, 앞으로 더 (승리)날릴 거니까 괜찮다고…” KIA 31세 잠수함식 ‘유쾌한 위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영이가 제 거 승 몇 개 날리고 울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다.”
KIA 타이거즈 불펜 에이스 임기영(31)은 MBTI가 E로 시작한다고 털어놨다. 한화 이글스에 이어 KIA에 이르기까지 좋은 ‘인싸력’을 가졌다. 그는 17일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에 “우리 팀 투수들과는 다 친하다. 현종이 형이랑 친하고, 후배들 중에선 (이)의리와 (정)해영이가 많이 다가오고 장난도 치는 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해영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임기영은 2023시즌엔 불펜 에이스였지만, 사실 줄곧 선발투수였다. 2020년 정도로 기억했는데, 마무리 정해영이 자신의 승리를 몇 차례 날렸고, 그날은 울었다고 폭로했다.
임기영은 “해영이도 제 거 승 몇 개 날리고 울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승에 대해 큰 욕심이 없다. 그런데 해영이가 2020년에 내 10승을 딱 날리더라. 그때 아마 해영이가 울었을 거예요. 그때도 괜찮다고 장난을 많이 쳤다”라고 했다.
마무리 입장에선 급박한 상황서 못 막고 실점하고 역전하거나 끝내기로 지면, 팀에도 미안하지만, 앞서 잘 던져준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선발투수의 승리요건을 날리면 마음이 괜히 무거워진다는 게 클로저들의 하소연이다.
현대야구에서 투수의 승의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발투수의 승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얘기도 한다. 못 던지고 승을 챙기면 잘 던지고 승을 못 챙기는 것 이상으로 기분이 살아난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임기영은 쿨한 것이다. 굳이 자신의 승을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5선발로 꾸준히 생존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정해영은 후배가 울며 미안함을 표하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위로했다.
“앞으로도 (내 승리)더 날릴 거니까 괜찮다.” 이 말에 갸티비 제작진도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임기영은 “그래도 안 미안하게끔 얘기해줘야 되겠다 싶어서 잘 얘기해줬다. 괜찮다고 장난을 많이 쳤다”라고 했다.
임기영이 이렇게 쿨하게 위로하니, 정해영은 임기영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그렇게 두 사람의 우정이 깊어진 듯하다. 임기영은 “(류)지혁(삼성 라이온즈)이도 같은 또래고 2017년에 대표팀(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에도 같이 갔고, 나머지 형들은 경기장에서 인사하고 얘기 많이 하고 그러다 친해졌다. (고)영표 형(KT 위즈), (임)찬규 형(LG 트윈스)도 얘기하다 친해졌다”라고 했다.
그런데 반전이 숨어있다. 임기영은 E인데 정작 ‘방콕, 집콕’을 즐긴다고 한다. “원정 가면 현종이 형이 밥 먹으러 나가자고 그런다. 그런데 나가기 귀찮아서 잘 안 나간다”라고 했다. I에 귀차니즘에, 집콕을 즐기는 기자로선 격하게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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