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생을 바꾼 트레이드 "LG도 기회를 주셨습니다. 제가 못 잡은 겁니다"

김용 2024. 1. 1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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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볼은 낭종을 제거한 흔적이다. 그럼에도 흔쾌히 사진 촬영에 임했다.사진=김용 기자

[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LG는 성공하기 힘든 팀? 부담스러운 팀? 다 핑계다. 내가 기회를 못 잡은 거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꼴찌에 머물렀다. 2022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다음 시즌 최하위라 하니 암울한 나날이었다. 안그래도 전력이 처지는데 팀 간판인 이정후, 안우진의 부상은 그나마 짜낼 수 있는 키움의 동력도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소득이 아예 없었을까. 아니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리드오프 자원을 발굴해냈다. '제2의 이정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다. 바로 이주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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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망이 어두웠던 키움은 주축 선발 최원태를 LG 트윈스에 내줬다. 대신 미래를 봤다. 이주형, 김동규에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키움은 이정후가 빠진 자리인 1번-중견수에 이주형을 곧바로 투입시켰다. 잘 치고, 잘 달리는 유망주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키움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으며 2023 시즌을 타율 3할2푼6리 6홈런 36타점으로 마쳤다.

풀타임으로 뛴다면 이 선수가 어디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부상 이변 등이 없는 한 이번 시즌 1번-중견수 자리는 이주형이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주형은 반 시즌 '반짝 활약'에 결코 경거망동 하지 않을 듯 하다.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 매일같이 출석해 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장에서 만난 이주형은 "올시즌에 내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거라 생각한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다 달라질 거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하며 "작년에 한 건 다 잊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기회는 잘 잡았다. 그 기회를 어떻게 증명해내느냐의 싸움이다.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걸 알고있다. 그러니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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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은 지난 시즌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를 돌이키며 "맨 처음에는 새 팀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걱정만 했다. 바로 1군에서 기회가 주어질지도 예상 못했다. 당연히 2군에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하며 "그런데 바로 선발로 내보내주셨다. 낭떠러지에 밀어놓고, 한 번 날아보라고 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웃음), 성적이 좋지 않아도 스타팅에서 빼지 않고 계속 내보내주셔서 감을 빠리 잡을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LG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LG는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최고 인기팀 중 하나고, 지난 시즌 29년 만에 화려하게 우승도 했다. 이주형은 이에 대해 "입단할 때는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LG는 인기팀이고, 야구만 잘하면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다. 하지만 선수는 일단 시합을 뛰어야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지금은 내가 뛸 수 있고, 내 기량을 알아봐주시는 팀이 가장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LG에서는 잘하시는 선배들이 너무 많고,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늘 쫓겼는데 키움에서는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자신감이 생겼다. 일단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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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은 이어 "LG에 있을 때는 1군에 올라가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야구를 못 했다. 반대로 키움에서는 내가 생각한대로 쫓기지 않고, 내가 생각한 야구를 했고 결과가 나오니 믿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LG에서의 생활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다. 이주형은 자신의 과거를 냉철히 돌이켰다. 그는 "내 또래 (문)성주형, (문)보경이형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 이 형들이 이렇게 자리잡는 거 보면 다 핑계다. 아무리 경쟁이 힘든 팀이더라도, 기회를 잡을 사람은 잡는다. LG에서도 내가 못 잡은 거다. 오히려 나는 다른 2군 선수들에 비해 기회를 많이 받은 편이었다. LG는 1군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힘든 팀인데, 나는 정말 복 받은 선수였다. 나는 기회라도 있었다. LG가 부담스러운 팀이라기보다, 내가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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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2년차인 2021 시즌 1군 14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군 복무 후 2023 시즌은 트레이드 전까지 주로 대타로 나서며 1군 18경기를 소화했다. 2루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었다. 하지만 그의 타격 재능을 눈여겨보던 키움을 만난 후 야구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이주형의 2024 시즌 목표는 뭘까. 그는 당차게, 주저없이 말했다. "전경기 출전이 1번 목표입니다. 그리고 두자릿수 홈런, 20도루, 3할을 치고 싶습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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