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입주할 수 있을까요"… 데시앙 아파트 계약자들 불안

정영희 기자 2024. 1. 18. 0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태영 사태(3)] 태영건설 "입주 문제 없다"… 공기 연장 등 불가피

[편집자주]민영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 기업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이 올 4분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를 지난해 11월 말 기준 3조6027억원으로 추산했다. 우발채무 9639억원 중에 6492억원(67.4%)은 첫 삽을 뜨지 못한 미착공 사업장의 빚이다. 공정률이 높은 현장은 태영건설이 공사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13곳에 달하는 미착공 사업장이다. 채권단의 동의로 태영건설은 오는 4월11일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받아 당장 '빚의 압박'을 벗어나게 됐지만 이는 일시 조치일 뿐이다. 결국에는 총수 일가가 SBS와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의 주식을 담보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의왕시 오전동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오전나구역 주택재개발) 공사현장.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신청 사실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현장에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건설업체 올해 만기 도래 채권 '3.2조원'
(2)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건설… 자본 초과 PF 보증 제동 없었나
(3) [르포] "입주할 수 있을까요"… 데시앙 아파트 계약자들 불안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을 보유한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에 따른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아파트 계약자들은 혹시 모를 입주 지연과 금전 손해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계약 포기해야 하나" 고민 커진 계약자들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위치한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은 오전나구역을 재개발해 지하 2층~지상 38층 5개동 총 733가구 규모로 2026년 11월 준공 예정인 사업장이다. 공정률은 2%대로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일반분양분은 37~98㎡(이하 전용면적) 532가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소식이 알려진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 해당 단지의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시공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인지 현장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게이트 앞의 신호수도, 현장을 드나드는 자재 트럭도 보이지 않았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견본주택 밖에는 '잔여호실 계약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꼈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섰으나 계약을 완료하지 못해 동·호수 지정이 가능한 선착순 계약자를 모집하고 있다. 현재 일부 구간 공사를 개시한 인덕원-동탄선 오전역(예정) 바로 앞의 초역세권임에도 주변 시세보다 7000만~8000만원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 의왕시 오전동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오전나구역 주택재개발) 공사현장 내부 모습. 현장 안전을 강조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며 계약 포기를 고민하는 당첨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계약자는 "분양가가 높은데도 넓은 동간 거리와 지하철 역세권을 보고 청약통장을 사용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계약자는 "입주 일정도 걱정이 되지만 태영건설이 공사를 계속할 경우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입주예정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건설 중인 '다산역 데시앙' 오피스텔은 지하 5층~지상 15층 36~84㎡ 주거형 오피스텔 531실과 상업시설로 이뤄져 있다. 지하철 8호선 다산역(예정)이 도보 5분 거리이고 북부간선도로 등 차량을 이용한 서울 진입이 편리해 2021년 분양 당시 평균 13.59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는 4월 준공을 앞둔 현장은 창호 공사까지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다. 최근까지 현장을 둘러싸고 있던 가림막도 철거됐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해당 단지의 '입주예정자협의회'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만약에 나타날 수 있는 피해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건설 중인 '다산역 데시앙' 오피스텔 전경. '태영건설'이라고 쓰인 울타리가 현장 근처를 둘러싸고 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태영건설 "공사 차질 없어"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사업장 가운데 분양을 완료한 사업장은 22개(1만9869가구)다. 이 중 14개(1만2395가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다.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진행하기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분양 계약자들은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나머지 8곳은 태영건설이 공사를 이어가거나 어려운 경우 시공사 교체를 통해 분양 계약자의 입주까지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외에 6개(6493가구) 사업장의 시행자는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현재로선 태영건설이 시공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됐으나 필요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참여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도 이뤄질 수 있다. 남은 2개 사업장의 경우 신탁사와 지역주택조합이 시행자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들어서는 '다산역 데시앙' 오피스텔은 입주예정일 3개월을 남겨두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입주예정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자체 대응 방안을 세우고 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태영건설은 계약자들을 안심시키는 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공사와 입주, AS 전 과정에 걸쳐 최선을 다해 차질 없는 사업 진행과 공사 수행을 할 것"이라며 "워크아웃이 진행돼도 시공과 입주뿐 아니라 분양보증 효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장 현황에 따라 시공사 교체 등이 이뤄지는 경우 공사기간 연장과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하다. 공사 지연으로 입주 시기가 조정되면 태영건설은 입주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입주자모집공고상 입주예정일을 지키지 못한 시공사는 실제 입주일 이전에 납부한 입주금에 연체료율을 곱한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입주예정자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경기 과천시는 지난 4일 지식정보타운 '리오포레 데시앙' 입주예정자들과 태영건설, LH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이튿날 경남 창원시도 의창구 북면에 건설 중인 '감계 데시앙' 등의 입주예정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리고 사업장별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