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건설… 자본 초과 PF 보증 제동 없었나

김노향 기자 2024. 1. 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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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태영 사태(2)] 독이 되어 돌아온 고수익 '자체 사업'

[편집자주]민영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 기업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이 올 4분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를 지난해 11월 말 기준 3조6027억원으로 추산했다. 우발채무 9639억원 중에 6492억원(67.4%)은 첫 삽을 뜨지 못한 미착공 사업장의 빚이다. 공정률이 높은 현장은 태영건설이 공사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13곳에 달하는 미착공 사업장이다. 채권단의 동의로 태영건설은 오는 4월11일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받아 당장 '빚의 압박'을 벗어나게 됐지만 이는 일시 조치일 뿐이다. 결국에는 총수 일가가 SBS와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의 주식을 담보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는 약 9조3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주회사인 태영그룹의 총자산 11조9360억원(공정자산총액 기준)에 육박하는 규모다./사진=임한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건설업체 올해 만기 도래 채권 '3.2조원'
(2)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건설… 자본 초과 PF 보증 제동 없었나
(3) [르포] "입주할 수 있을까요"… 데시앙 아파트 계약자들 불안

채권단이 조사한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는 약 9조34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주회사인 태영그룹의 총자산 11조9360억원(공정자산총액 기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PF 보증 채무는 부동산 시행사가 부도났을 경우 시공사가 떠안아야 한다.

태영건설이 2021년 발행한 회사채 '태영건설68'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12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1000억원 규모를 매수해 일부는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채권 손실이 발생한 '동양 사태'가 다시 상기되고 있다. 당시 동양그룹 계열인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가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 투자자 4만명의 피해액이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자체 시행사업으로 높은 영업이익률 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까지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중견 건설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자체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PF 부채를 늘려갔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직접 개발을 지양하고 주로 도급사업에 참여한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2020년 영업이익률은 11.0%(이하 연결기준)로 시공능력 10대 주요 건설업체인 현대건설(3.2%) 대우건설(6.9%) GS건설(7.4%) 등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았다. 해당 기간 태영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508억원이었지만 2021년 5570억원, 2022년 -1445억원으로 줄어 마이너스 전환했다.

하지만 2020~2022년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아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 부자가 태영건설로부터 수령한 보수는 약 67억원이고 주식 배당금은 71억원에 달했다. 2020년 태영건설 자본금은 201억원, 자본은 6468억원인 가운데 부채 규모가 3조1515억원에 달했다.

태영건설은 발주처로부터 공사 수주를 위해 PF 지급보증 규모를 높게 잡은 것도 막대한 빚더미에 앉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조합이나 영세 시행사의 경우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이용하는데 금융권은 시공사 신용도에 따라 자금을 대여한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일어나며 사업 리스크가 커지자 실제 부담이 시공사로 돌아간 것이다.

사진=뉴스1


2금융권 브리지론 폭탄 돌리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발생한 원인도 부동산 PF 부실이었다. 당시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압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리지론 채권자의 상당수가 증권과 캐피털 등 비은행 금융회사였던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도 채권단에 포함됐지만 증권과 캐피털 등은 예금자 피해와 뱅크런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인·허가 전 단계에서 만기 3~6개월의 고금리 브리지론을 받았는데 비은행권의 문턱이 낮다 보니 무분별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 실사에 착수한 태영건설은 채무 유예와 이자 조정으로 3~4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 워크아웃은 기업 정상화를 위한 민간시장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으로 법정관리보다 진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나 최근에는 큰 차이점이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워크아웃이 반드시 회사의 회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워크아웃 개시 후에 법정관리도 실패해 청산(파산) 절차를 밟은 사례들이 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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