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블록체인’ 외쳤던 정부, 공약 이행 답보… 웹3 패권 쟁탈 나선 日과 대조
2년째 공약 이행 저조…기본법만 1단계 통과
“블록체인이 다음 성장 동력” 日과 대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 내세웠던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2년이 지난 지금껏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금융 당국의 ‘뒷북 대응’이 논란이 됐는데,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외쳤던 정부 역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만남을 갖고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실은 이 자리에서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검토하라”고 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나 발행과 관련해 특별한 추가 주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랙록 등 11개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투자와 국내 운용사의 발행 모두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이 충분한 검토 없이 시간만 보내다 뒤늦게 입장을 정하면서 혼란을 키웠고, 미국 등 여러 금융 선진국이 허용한 상품을 지나치게 규제해 ‘금융 쇄국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대통령실도 금융위를 불렀지만, 결과는 단순한 의견 청취와 상황 보고 정도에 머물렀다.
금융 시장에서는 현 정부가 출범 후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여러 차례 ‘친(親)블록체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관련 공약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전담부처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가상자산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약 2년이 지난 현재 해당 공약 중 이행이 된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단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은 지금껏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식 시장의 기업공개(IPO)처럼 가상자산 발행사가 상장 전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ICO의 도입 역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가상자산 수익 5000만원 비과세에 대한 약속은 이번 국회에서 의견이 제시되지 않아, 오는 4월 총선이 끝난 후에나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약 정도만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1단계 법안이 간신히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여러 코인 관련 범죄, 지난해 5월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대량 보유·매매 논란 등을 거치면서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 기조가 육성과 지원보다는 규제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정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러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놨지만,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제 부처나 금융 당국에서 가상자산, 블록체인을 전담할 전문가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최근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육성에 나서고 있는 해외 여러 국가와 대비된다.
일본의 경우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지난 2021년 10월 출범 후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워 인재와 과학 기술, 스타트업, 환경, 디지털 전환 등 5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 산업을 스타트업과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축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육성 중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2년 7월 블록체인 등을 총괄하는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했고, 지난해 4월에는 NFT를 포함한 웹3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와 정책 제안을 담은 ‘웹3 백서’를 승인했다. 일본 의회 역시 스테이블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는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 확대, 자금 세탁 방지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부의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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