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애플, 13년 만에 세계 스마트폰 1위했지만... “시장지배력 이끌 혁신 부재”

안상희 기자 2024. 1.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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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전략에 균열”
시장지배력 강화하려면 2007년 아이폰과 같은 신제품 개발해야
비전프로가 성장 이끌기엔 부족

“애플의 전략은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도 고객에게 (다른 경쟁 제품으로 옮겨가는) 전환 비용을 높게 부과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죠. 애플의 시장지배력 상실을 막을 방법은 사람들의 생활과 업무 수행 방식을 변화시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이런 성과를 마지막으로 달성했습니다.”

애플이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애플이 지난해 스마트폰 2억3460만대를 출하, 점유율 20.1%로 시장 1위를 달성했다고 전했습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13년 만의 일입니다. 애플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두터운 팬심을 확보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포브스는 16일(현지시각) 애플의 시장지배력이 이전만 하지 못하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애플 하남’에서 고객이 최신 아이폰15 라인업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 고가 전략 수정 나선 애플... 결국 가격 인하 나서

애플은 그동안 ‘고가 전략’을 고수해 왔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오번대 산업공학과,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나와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로서 고가 전략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썼습니다.

애플은 중국과 인도에서도 고가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을 유지한 것이죠. 하지만,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인 중국과 인도에서 애플의 전략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에서 애플의 경쟁사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현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 8월 중국 반도체기업 SMIC가 제조한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프로세서를 장착한 ‘메이트 60 프로’를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가 최신 반도체칩을 수입해 넣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회사는 기술력을 크게 끌어올린 중국산 반도체로 반격했습니다. 실제로 화웨이의 지난해 4분기 중국 내 휴대폰 판매는 전년 대비 8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애플의 판매는 10% 감소했습니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달 7일 고객들에 보낸 메모에서 올해 들어 일주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3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에서도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가 많이 팔려 현지 스마트폰 점유율 18%로 출하량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 뒤를 샤오미, 비보 등이 이었지만, 애플은 5위권에도 들지 못합니다.

애플은 자사의 고가 전략으로 중국과 인도 부유층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기를 바라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셈이죠. 결국 애플은 오랜 시간 고수해 온 고가 전략에 수정을 가하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애플 매출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중국 정부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을 제한하고, 여기에 애국소비까지 맞물리자 결국 애플은 연 초부터 중국에서 아이폰 가격을 인하하며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이죠.

15일(현지시각) 애플의 중국 웹사이트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5 시리즈의 가격을 500위안(70달러)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이번 가격 인하는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기종에 따라 6~8% 가격을 낮춘 것인데, 애플이 가격 할인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화웨이 최신폰 메이트 60프로./뉴스1, 화웨이 홈페이지

◇ 애플, “앱스토어 외부 결제 허용” 판결에 타격 예상

애플이 난감한 것은 아이폰 외에도 실적에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대법원이 애플과 인기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벌인 반독점 소송에서 양측이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유지된 셈이죠. 하급심 법원은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쟁점에서 애플 손을 들어줬지만,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애플이 외부 결제를 허용해야 해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결제 시스템을 통해 30%의 수수료를 받아온 만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비전 프로, 성장 견인할 신제품 될지 의문”

애플은 지난해(9월 결산법인) 매출이 2022년보다 3% 감소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향후 3년간 연평균 5%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적인 신제품의 탄생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포브스는 “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신제품을 개발해 성숙기 제품군의 매출 감소를 신제품의 빠른 성장으로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애플은 야심작으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 출시를 예고했지만, 이것이 성장을 견인하는 차세대 신제품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데이비드 보그트 UBS 연구원은 “애플이 출시 첫해 3499달러짜리 비전 프로를 40만대 판매하며 14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다만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약 0.5%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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