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아이유 팬 만족시킨 공연 실황 영화, 어떻게 극장을 꽃 피웠나

김보영 2024. 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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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과 공연·스포츠의 상생…얼터콘텐츠 전성기
"매출, 완성도 입증되니 러브콜 자연스레 늘어나"
임영웅 공연 실황 영화, 25만 이상 동원
"단순 기록 용도 아닌 완성도에 고민 기울일 때"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테일러 스위프트가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를 능가했다.”(미국 연예매체 인사이더)

극장가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극장이 영화를 보러 가는 공간에서 게임 중계와 콘서트, 공연 예술,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복합적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실황을 영화화한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이하 ‘디 에라스 투어’)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을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얼터콘텐츠(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스크린 콘텐츠)의 힘이 증명됐다. ‘디 에라스 투어’는 북미에서 가수 공연 실황 영화 최초로 1억 달러(약 1344억원)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국내 극장가에서도 얼터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작품 제작 수가 줄면서 대체 콘텐츠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공연 실황 영화들이 높은 완성도로 팬들을 만족시키고, 지역·물리적 한계로 스포츠 경기 등 현장에 못 간 사람들의 아쉬움을 덜어주는 훌륭한 체험 공간으로 극장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제는 얼터콘텐츠가 대체재가 아닌 어엿한 콘텐츠 장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년 새 작품 수 2배 급증…“만족 입증되니 러브콜↑”

얼터콘텐츠는 팬데믹 시기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과 기근에 허덕이던 극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며 급성장했다. CGV는 2020년부터 얼터콘텐츠를 위한 아이스콘(ICECON)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CGV에 따르면 아이스콘 개봉작들은 팬데믹인 2020년과 2021년 평균 100여 편 수준에서 2023년 200여 편 수준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CGV 관계자는 “이전까지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화를 개봉하려면 기획사와 가수들에게 얼터콘텐츠 제작 취지부터 기대 효과까지 A부터 Z를 다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지금은 팬덤의 수요와 만족도가 높다는 게 입증되니 스포츠, 공연계의 러브콜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이어 “아이스콘 관람객도 2020년 33만명, 2021년 21만명을 거쳐 2022년 42만명으로 증가세다. 2023년은 전년보다 2배 이상의 관람객 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아이스콘은 2023년 한 해에만 임영웅부터 방탄소년단, 아이유, 김호중, 영탁, 비투비 등 국내 인기 가수들의 실황 영화 대표작들을 다수 배출했다. 그중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25만702명을 동원해 가장 큰 반응을 얻었다. 아이스콘이 개봉한 KBO 한국시리즈 극장 단독 생중계와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생중계는 전석 매진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의 얼터콘텐츠 브랜드 ‘롯시플’은 올해 방탄소년단 제이홉·슈가, 백지영의 공연 실황 영화 3편을 단독 개봉했다. 이외 멀티플렉스 3사 동시 생중계 공연 실황 4편, 버추얼 아티스트 콘서트 8편, 스포티비 중계 18편 등을 상영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2022년 대비 2023년 매출이 132%나 상승해 얼터콘텐츠를 향한 수요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스포티비와 협업해 선보이는 해외 스포츠 중계들도 빅매치 경기 기준 좌석점유율(좌점율)이 90% 이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2024년 상반기에만 공연 실황 등 아티스트 무비 3편의 개봉을 확정했다.

메가박스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중계,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생중계 2편, ‘자우림, 더 원더랜드’, ‘마이 샤이니 월드’, ‘링팝: 더 퍼스트 VR콘서트 에스파’ 등 6편을 단독 개봉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그룹 샤이니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특별 기획한 영화 ‘마이 샤이니 월드’가 특히 큰 반응을 얻었다. 포토부스, 랩핑관, 굿즈 판매 등 다양한 관련 이벤트도 사랑받았다”며 “2009년 국내 극장 최초 클래식 공연 실황 중계를 도입, 최근 들어 국내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콘텐츠들도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메가박스)
극장·공연계 상생 대안…완성도 노력 기울여야

얼터콘텐츠가 국내에서 대작 상업 영화들을 능가할 수준의 흥행 기록을 세우는 건 시기상조란 반응이다. A영화 마케팅사 대표는 “얼터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 등 IP(지적재산권)와 이를 소비하는 팬덤 간의 유대감과 연결의 정서를 바탕으로 발전한 장르”라며 “다른 상업 영화처럼 일반 관객들까지 포섭하기에 아직까진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다만 “얼터콘텐츠가 극장과 공연계가 상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공연 실황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나 과정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 부가사업 창출에도 유리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B멀티플렉스 관계자 역시 “아티스트 무비 한 편이 개봉하면 N차 관람은 기본”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입증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멀티플렉스 간 얼터콘텐츠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만큼, 이젠 이를 단순히 개봉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며 “어떤 연출과 구성으로 콘텐츠 IP와 팬덤 간 연결성을 더욱 강조하고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지 얼터콘텐츠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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