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신' 중국, 억지 판정 논란은 '그만'...中 레전드-AFC 심판 감독관도 인정→"퇴장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중국의 항의는 억지에 불과했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레바논과 0-0으로 비겼다. 타지키스탄전에 이어 레바논전까지 승점 3점 확보에 실패하며 16강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경기에 앞서 축구 팬들의 눈길을 끄는 정보가 있었다.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진이 한국인들로 배정된 것이다. 2023 대한축구협회(KFA) 선정 올해의 심판상을 받은 고형진 주심이 휘슬을 잡았다. 또한 김종혁 심판은 비디오 판독(VAR)을 진행했으며, 부심에는 박상준, 김경민 심판이 자리했다.

고 주심을 비롯한 한국인 심판진은 이날 경기를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이끌었다. 적절한 때에 옐로카드를 꺼내며 양 팀의 격한 신경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미연에 방지했다. 또한 후반전에는 두 팀이 신경전을 펼치자, 적극적으로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선수들의 거친 항의에는 단호한 표정으로 맞섰다.

이처럼 경기 내내 무난한 판정을 한 고 주심이었지만, 축구 팬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펼쳐진 장면이 있었다. 전반 14분 중국이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그리고 레바논의 수비수 카미스는 발을 높게 들어 볼을 건드린 뒤, 발을 내리며 축구화 바닥의 징(스터드)으로 다이웨이준의 얼굴을 가격했다. 곧바로 VAR 교신을 한 고 주심은 경고나 퇴장을 꺼내지 않았다.

이에 중국 매체와 팬들이 분노를 일으켰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중 한 곳인 ‘소후’는 '다이웨이준은 상대 선수에게 얼굴을 걷어차였지만, 주심은 옐로카드도 주지 않았다'라며 고 주심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중국 레전드 수비수였던 순지하이는 “다이웨이준은 상대가 발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닿을 수 없는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렇기에 카미스는 다이웨이준을 발로 찬 것이 아니다. 관성 때문에 발이 얼굴에 닿은 것이다”라며 고 주심의 판정을 두둔했다.

심판의 경기 진행과 판정을 평가하는 심판감독관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중국과 레바논의 경기가 끝난 직후, 스포티비뉴스와 전화로 만난 권종철 AFC 심판감독관은 고형진 주심의 판정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권 감독관은 “카미스는 발을 높이 들어 공을 건드린 뒤, 자연스럽게 발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고의로 중국 선수를 가격하려고 했던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카미스는 볼을 먼저 보고 걷어낸 뒤 발을 내리는 과정에서 다이웨이준의 얼굴을 찍었다. 권 감독관은 "발을 높게 든 뒤에 중국 선수의 얼굴을 피할 수 없었다. 만약 카미스가 제2 동작으로 중국 선수를 차려는 모습이 있었다면 퇴장이었겠지만, 카미스는 자연스럽게 발을 내리던 과정이었을 뿐이다”라며 고 주심이 경고나 퇴장을 꺼내지 않은 것은 이상하지 않은 판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오는 23일 카타르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예정돼 있다. 중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카타르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번 대회 개최국이다. 개최국으로서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을 예정이다.

게다가 객관적 전력을 봐도 카타르가 중국에 앞선다. 카타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8위에 올라 있는 팀인 반면, 중국은 FIFA랭킹 79위다. 여러모로 중국에 불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