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앞 활짝 웃은 푸틴의 '위험천만' 방북... 한반도 뒤흔들 게임체인저

문재연 2024. 1.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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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외무상, 푸틴 접견 이례적 성사
한반도, 미러 패권경쟁 최전선으로
외교 정치 군사협력 다방면에서 파장 클 듯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북한 방문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북이 이뤄진다면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북러 밀착 도정의 마침표이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고착화하는, 동북아 신냉전의 격랑에 빠진 한반도를 뒤흔들 사실상의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전날의 푸틴 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면담을 전하며 "양자관계, 한반도 상황에 관해 대화했으며 가장 시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기꺼이 다시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최 외무상과 푸틴 대통령의 면담 사실을 전했다. 통신은 최 외무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따뜻한 인사'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전반적인 쌍무관계의 력(역)동적인발전을 추동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공동 보조"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과 통신은 다만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간에 오간 구체적 대화 내용에는 말을 아꼈다. 관심을 모았던 푸틴 대통령의 방북 여부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양자 면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관련 논의가 오갔을 공산은 매우 크다. 최 외무상이 전날 면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고 언급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있었고, 페스코프 대변인 역시 "푸틴 대통령 방북 일정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이 장관급인 최 외무상을 직접 환대했다는 사실에서도 '초대 친서와 같은 김 위원장의 선물'을 예상해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 방북이 이뤄진다면, 두 정상간 만남은 북러 밀착의 최정점 퍼포먼스가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의 격상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별도 합의문이나 성명 채택은 없었지만, 이번 방북에서는 양국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조약 등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회담을 전하며, "두 나라 대외정책기관들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할 데에 대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여러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서 공동행동을 적극화하기 위한 심도있는 의견교환을 진행하고 견해일치를 봤다"고도 전했다. 조만간 2000년 북러 친선조약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탄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조약 체결 자체가 러시아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고, 이는 남한과의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봐야 한다는 북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동맹의 맞대응으로 북러동맹이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도발이 양적 질적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한다는 김 위원장의 '통미봉남' 시도도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군사 분야 밀착이다. 이번 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회담에서도 군수공업부장 출신의 조춘룡 노동당 비서가 동행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되고 있고, 수많은 재래식 무기가 러시아로 이동 중이라는 정황을 파악한 상태다.

결국 푸틴의 방북은 북한의 무기 제공에 대한 '최고의 선물'과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열린 전원회의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이어 3개의 정찰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기술지원을 받아 군사정찰위성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되면, 실시간으로 한반도 주변의 군사장비와 부대 위치, 활동을 볼 수 있는 능력도 커지게 된다. 러시아의 조력으로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 수준이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얘기다.

한국과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양국간 무기 거래 등 군사적 밀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북핵수석대표는 17일 협의에서 "러북 교류·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 관련 국제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양측은 북한의 대러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한 불법적 군사협력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석배 전 주러시아 대사는 "최근 북러 간 밀착 행보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새로운 전략 구축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적 성격이 강한 면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외교구도를 짜려는 움직임을 심화해 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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