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충칭 공장 매각, 경쟁력 잃은 한국 제조업의 우울한 현장

조선일보 2024. 1. 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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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중국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에서 열린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정의선(가운데) 당시 현대차 부회장과 충칭시 관계자들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2017.7.19/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1조여 원을 투자한 중국 충칭 공장을 3000억원에 충칭시 공기업에 매각했다. 이 공장은 2017년 설립한 현대차의 중국 내 다섯 번째 공장인데 판매 부진으로 2021년 말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도 매각했다. 매각을 추진하는 창저우 공장까지 팔면 현대차의 중국 공장은 5곳에서 2곳으로 줄어든다.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한국 제조업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한때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100만대 넘게 팔렸다. 시장점유율이 7%까지 갔다가 현재는 1%대로 뚝 떨어졌다. 2017년 사드 사태 때 중국에서 한국산 불매 움직임이 확산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측면이 크다.

한때 중국 시장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한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산에 밀려 점유율이 0%대로 떨어졌다. K뷰티로 각광받던 한국산 화장품도 중저가 브랜드는 대부분 철수했고 고가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프랑스·일본 화장품에 순위가 밀리고 있다. 이를 사드 사태, 한한령(限韓令) 등 정치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실상을 오독하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한국산과 경합이 치열해진 것이 본질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애국 소비 등에 힘입어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 뒤 이젠 한국 시장을 넘보고 세계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한국산 화장품은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데 중국산 화장품의 국내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의 유통 플랫폼들이 공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해 영업 중이고 이 채널을 통해 중국 소비재가 쏟아져 들어온다. 첨단 기술, 고급 브랜드로 격차를 벌리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머물러 있다가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다 밀려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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