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되던 반도체 웨이퍼 불량품·폐모듈이 귀한 자원으로
16일 오후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나온 웨이퍼(원판) 불량품과 폐모듈 등이 파는 물건처럼 포장돼 있었다. 재가공 업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해간다. 재작년까진 산업 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환경부가 쓸모가 남은 폐기물을 ‘순환 자원’으로 분류해 규제를 풀어주면서 다시 경제성을 갖춘 것이다. 불량 웨이퍼는 정상 웨이퍼 제작에, 폐모듈은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한 해 이천 공장에서 ‘순환 자원’으로 재탄생한 폐기물은 3611t에 이른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순환 자원’의 폭을 넓혀 폐기물 재활용을 촉진하겠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폐플라스틱, 폐섬유, 폐의류, 폐지, 폐금속, 폐유리 등은 소각이나 매립됐지만 이제는 소중한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순환 자원으로 인정되면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순환 자원 품목을 늘리고 있다. 순환 자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8년엔 폐합성수지, 폐섬유, 폐유리 등 4개 품목에 그쳤지만 폐금속 등이 추가되며 작년엔 27개 품목으로 늘었다. 선진국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한 번 생산한 제품을 최대한 재활용하며 자원 소모를 줄이는 ‘순환 경제’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순환 경제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4조5000억달러(약 604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탄소 중립에 따라 사용이 증가할 폐배터리는 2018년 33억달러에서 2027년 154억달러, 폐플라스틱도 같은 기간 424억달러에서 638억달러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물의 재활용이 늘어나면 소각량이 줄어들어 탄소 저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엄격하게 관리돼온 폐기물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해성, 경제성, 용도 등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상 구멍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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