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시위 시달리는 김연경 파트너
지난 16일 적재함에 전광판을 설치한 트럭 한 대가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에 나타났다. 전광판에는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경기 태도/감정 조절 불가/팀 분위기 침체/형편없는 경기력/멀어지는 정규 리그 1위’ 등 문구가 나왔다. 여자 배구 흥국생명 팬 일부가 뜻을 모아 보낸 것으로,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7·등록명 옐레나) 퇴출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옐레나는 2021-2022 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 입단하며 한국 리그에 데뷔했고, 지난 시즌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16일 기준 3시즌 동안 통산 1982득점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리그 간판 스타 김연경(36)과 ‘쌍포’를 이루며 팀을 정규 리그 1위에 올려놨다. 옐레나는 지난 시즌 득점 3위, 공격 종합 4위, 서브 2위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위치했다. 공을 인정받아 옐레나는 올 시즌 전 7팀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원 소속팀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연봉도 외국인 중 가장 많은 30만달러(약 4억원)를 받는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니 활약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16일 기준 득점 7위, 공격종합 10위, 서브 3위에 그친다. 7팀 외국인 선수들 중 하위권에 속하는 성적이다. 특히 공격 효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달부터 공격 효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경기가 많아졌다. 특히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공격 효율 -10%를 기록해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외국인 선수가 이런 경기를 하면 할 말이 없다”고 혹평했다. 흥국생명은 현재 리그 2위를 달리는데, 옐레나의 부진으로 김연경에게 공격 점유율이 집중될 경우 그 역시 과부하에 걸려 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직 부진만 문제가 아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불만 섞인 표정으로 동료에게 짜증을 내거나, 감독의 지시에 집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수차례 방송 중계 화면에 잡혔다. 지난달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는 “12월엔 휴일이 많은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힘들다”며 향수병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 상황에 불만을 느낀 일부 팬들이 옐레나를 방출하고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라며 트럭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들은 “불성실한 태도로 경기에 임하는 걸 볼 수 없다”며 “구단의 올바른 결단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수 경기력에 대한 판단과 선수 기용은 감독과 구단의 권한인데 팬들이 의견을 내는 수준을 넘어 트럭 시위까지 벌이며 이에 개입하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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