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과 펜에 대한 모독
17일 당에 복귀한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써준 문장이 아니라 이 대표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말은 교묘하다. ‘법’과 ‘펜’ ‘칼’을 같은 선상에 뒀다. 제1 야당 대표의 목숨을 노린 광기와 증오의 칼날이, 법이나 펜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궤변이면서 선동에 가깝다.
‘법’은 검찰 수사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과 ‘선거법 위반’ 등 7개 사건에서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을 가해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이 대표 혐의에서 ‘위증 교사’를 뺀 나머지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된 사안이다. 사법 시스템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 대표가 만약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그때 검찰이 비판받으면 될 일이다.
‘펜’은 언론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언론 환경이 너무 안 좋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 왔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언론은 늘 권력을 가진 정치인을 비판해 왔고, 이 대표가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법, 펜, 칼을 한데 묶은 건 정치적 목적을 의심케 한다. 민주당은 이번 흉기 피습 뒤에 마치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16일엔 1000명이 모여 “정치 테러를 은폐하고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며 정부 규탄 대회를 열었다. 법과 펜, 칼 뒤에 모두 ‘정치적 배후’가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
이 대표 피습이 있은 뒤 서로를 악마화하는 극단 대립의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 대표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모두가 놀란 이번 사건이 증오와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상생하는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그의 메시지는 다시 상생이 아닌 대결로 바뀌었다. 이 대표가 말한 ‘진심’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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