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아름다운 어른이 되자

김태형 부경대 겸임교수 2024. 1.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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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부경대 겸임교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어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꼰대’라는 단어가 채우는 시대가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쓰는 마음으로, ‘명심보감’에는 남의 흉한 일을 민망히 여기고, 좋은 일은 기쁘게 여기며, 위급할 때는 건져주고, 위태함을 구해주는 것이라 쓰여 있다. 다시 말해, 기쁘게 남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영어권에는 ‘배려’에 꼭 맞는 단어가 없다. arrange에 consider를 섞어서 배려의 뉘앙스를 살리는 표현정도다. 아마도 실생활에서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의 귀한 전통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태도 변하고 있다. 어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의미는 변해가고 있다. 이젠 환갑잔치하고 칠순잔치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백세시대다. 긴 노년을 어떻게 살지 고민해야한다. 몸과 마음이 늙은 노인으로 살 것인가, 가꾸며 배려하고 존경받는 어른으로 살 것인가. 세월이 가면 자연스레 노인이 되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인은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에 얽매여 있지만 어른은 베풀며 나누고 경청할 줄 안다.

인터넷에 떠도는 노인의 4가지 꼴불견이 있다. 첫째, 아무데서나 음악을 크게 틀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배려 없는 노인. 둘째는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는 ‘3척 노인’. 셋째, 모든 일에 부정적이고 기운 빠지게 하는 보기 싫은 노인. 넷째, 나이가 벼슬인양 모든 것에 대접받으려는 짜증나는 노인. 잠시의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 시대를 사는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사회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슬픈 소식들이 들려온다.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상가에서 10대로 보이는 남성이 경비원 노인을 무차별 폭행해 실신시키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돼 공분이 일었다. 지난해 7월 9일에는 길을 걷다가 눈이 마주쳤다며 처음 본 80대 노인을 폭행한 40대 여성이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월 21일에도 의정부 경전철에서 중학교1학년 학생들이 70대 여성에게 욕설을 하고 팔꿈치로 폭행한 후 목을 조르고 바닥에 넘어뜨리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제 노인이라고 무조건 존중하고 존경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일각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며 신자유주의에 의한 빈곤과 노동시장에서의 주변화, 전통가족의 변화와 독립노인의 빈곤, 노인 보살핌의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예로 든다. 당연히 노인은 경제 능력과 노동시장에서 주변인이다. 적극적 경제활동은 힘든 나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루며 모아둔 돈은 모두 미래세대에 투자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삶을 살아오며 축적한 지혜가 있다. 아이가 집안의 꽃이라면 어른은 집안을 밝히는 등불이다.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대한(大寒)을 눈앞에 두고 곧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다. 누구나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음에 따라 이런저런 생각을 품게 된다. ‘논어(論語)’에 적힌 공자 말씀 중에 ‘50세에 천명을 알고, 60세에는 귀가 순해지고, 70세에는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다. 40대와 달리 주관적 세계관이 객관적 세계관으로 바뀌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50세 지천명(知天命),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귀가 순해지는 60세 이순(耳順),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 70세 종심(從心)을 일컫는다. 진정 이 시대 어른들이 깨닫고 행해야할 도리다. 부질없는 아집으로 미움 받는 노인이기보다는 활기 있게 살아가는 존경받는 어른이 돼야 한다.


어른은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새마을 운동으로 이룩한 경제의 발전을, 힘든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온 삶의 지혜를 후대에 전해야할 의무가 있다. 나와 남이 다름을 인정하고 간섭과 군림이 아닌 배려와 존중으로 현명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사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아름다운 어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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